조선사로부터 선물환을 사들인 은행은 외환 포지션을 중립으로 유지하기 위해 같은 규모의 달러를 외화자금시장에서 빌린 뒤 이를 외환시장에 매도한다. 즉 조선사 수주가 늘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최근 선박 수주 확대로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가 증가하는 가운데 환율까지 뛰면서 기존 선물환 거래의 원화 환산 금액이 늘었고, 그 결과 은행이 허용한 조선사의 신용한도가 꽉 찬 사례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조선사는 선물환을 제때 매도하지 못해 환위험이 커졌고 외환시장에선 달러 매도 압력이 줄었다. 정부가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에 나선 이유다.
정부 대책은 3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금융당국을 통해 기존 거래은행의 선물환 매입 한도 확대를 유도한다. 만약 기존 거래은행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수출입은행이 조선사에 대한 신용한도를 늘려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 물량을 흡수한다. 그래도 안 될 경우엔 최종적으로 외환당국이 외국환평형기금을 동원해 선물환을 직접 매입할 방침이다. 외환당국은 선물환을 매입한 뒤 이를 은행에 매도하는데, 이 경우 은행은 조선업체로부터 직접 선물환을 매입하는 게 아니어서 조선사의 신용한도가 초과하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도 줄어들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통해 연말까지 약 80억달러 규모의 선물환 매도 물량이 외환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추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KBS에 출연해 “최근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더 빠르게 약세를 보이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 시장 안정 조치를 하고 있고, 여러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시장개입과 관련해선 “외환보유액은 금고에 쌓아두라고 있는 게 아니라 이럴 때 시장 안정 조치를 하라고 있는 자금”이라며 “외환보유액이 아직 많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적절한 시장 안정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선 “분명 환율 등에 도움이 되겠지만 국제기구 등에서는 당장 이를 가동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미국 역시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 수출업체 선물환 매도
수출업체들이 환율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일정 기간 뒤 받을 달러를 일정한 환율로 고정해 은행에 파는 거래. 수주한 뒤 2~3년 이후에야 대금을 다 받을 수 있는 조선업체들이 주로 이용한다. 은행은 조선사로부터 선물환을 매입하면 같은 규모의 현물환을 외화자금시장에서 빌려 외환시장에 판다. 이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달러 매물이 늘어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진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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