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대세로 떠오른 건 구글의 크롬이다. 아이폰의 힘을 바탕으로 애플 사파리의 점유율도 상승 추세다. 국내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지난 8월 기준)은 크롬이 52%로 압도적인 1위다. 사파리, 삼성 인터넷, 웨일이 뒤를 따르고 있다.
‘사용자 친화성’이 웨일이 급성장한 배경으로 꼽힌다.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빠르게 반영하면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글파일을 브라우저에서 바로 볼 수 있도록 한 기능, 하나의 창을 두 개로 나눠 쓸 수 있는 기능, 기기 종류에 상관없이 스마트폰에서 PC로 파일을 바로 보낼 수 있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웨일을 자사 서비스와 플랫폼을 이어주는 관문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웨일의 기본 페이지는 네이버다. 웨일을 쓰면 네이버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된다.
이용자가 늘면 네이버의 광고, 전자상거래 수익도 증가한다. 미국에서 구글 검색, 지메일, 구글 페이 등의 구글 생태계가 강력한 힘을 가진 것처럼 한국에선 네이버가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최근 베트남 스마트교육 환경 구축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연내 튀르키예와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 한 곳, 북미 지역에서 소프트웨어(SW) 플랫폼 ‘웨일 스페이스’를 교육 관련 기관 및 업체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세계적으로 에듀테크 시장은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수업이 확산한 덕분이다. 시장조사업체 홀론아이큐에 따르면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250조원에서 2025년 약 450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지 에듀테크 시장을 장악하면 검색, 광고, 전자상거래 등 네이버의 주력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고려했다. 웨일 스페이스를 통해 5~10년 후 주요 고객이 될 청소년들을 네이버 검색 등의 충성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업체 관계자는 “웨일 플레이스 같은 플랫폼과 웨일북 등 디바이스가 널리 보급돼야 웹 브라우저의 점유율이 올라간다”며 “웨일의 인기가 높아지면 네이버의 주력 사업도 힘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T업계에선 “네이버가 넘어야 할 벽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 크롬 브라우저만 적용된 크롬북을 앞세워 에듀테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내부에선 “해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국내 교사, 학부모 사이에선 ‘웨일 스페이스와 웨일북이 크롬북보다 낫다’는 평가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네이버가 교육 현장에서 나오는 개선사항 등을 즉각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웨일은 2020년부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자동차 운영체제로 시장 영향력을 갖추게 될 경우 차량의 경로와 이동 시간 등은 빅데이터가 된다. 자동차 외에도 키오스크, 엘리베이터 등 디스플레이가 있고 운영체계가 필요한 생활 속 여러 곳에 웨일을 적용할 계획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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