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필름사업 분할 매각…회사채 조기상환 가능성 커지나

입력 2022-09-26 17:07   수정 2022-09-27 11:17

이 기사는 09월 26일 17: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C의 필름사업 분할에 따른 채권 투자자들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한 사채권자들이 회사채 조기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6일 SKC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채권자 이의제출 및 사채권자집회 소집 공고’를 진행한다. 이번 소집 공고는 필름사업 분할에 따른 것이다. SKC는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필름사업 부문을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1조6000억원에 팔기로 했다. 오는 11월 등기상 정식 분할될 예정이다.

이번 소집 공고의 핵심은 사채권자들이 회사채의 조기 상환을 요구할지 여부다. 통상 분할 과정에서 사채권자 소집 공고를 진행하더라도 큰 불만이 접수되지 않는 편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지난 6월 이사회가 열린 당시 필름사업 분할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기업평가는 “필름사업 매각으로 매출과 현금창출력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다만 필름사업의 수익성이 저조한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매각 이후 전체적인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매각 대금 유입으로 재무안정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문제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채권 투자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권 금리가 상승할수록 채권 가격은 반대로 하락해 채권평가손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사채권자들이 회사채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번 소집 공고의 대상이 되는 회사채는 총 2629억원 규모다. 공모 회사채 3건과 사모채 2건으로 구성됐다.

SKC가 화학사업 부문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사태가 발생한 것도 조기 상환 요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SKC는 2019년 화학사업을 분사해 쿠웨이트 PIC와 합작사인 SK피아이씨글로벌을 만들었다. 지분 49%를 쿠웨이트 국영기업에 이전해 4억6460만달러를 확보했다. 당시 SKC는 핵심 사업 부문 매각에 따른 불만을 제기한 사채권자들에게 약 3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조기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C 측은 핵심 사업 부문이 분할된 게 아닌 만큼 조기상환 요구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C 관계자는 "회사채를 그대로 보유하려는 사채권자들도 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조기 상환으로 향후 SKC의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1조6000억원의 대금이 들어오는 만큼 당장 조기 상환 대금을 마련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조달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 자금 조달 등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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