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제품 아닌 경험 파는 美기업

입력 2022-09-26 17:32   수정 2022-09-27 00:24

“창업자 월트 디즈니는 테마파크를 통해 소비자들이 디즈니가 만든 콘텐츠와 개인적인 경험을 갖길 원했습니다. 디즈니는 테마파크가 없는 지역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경험을 제공할지와 향후 100년 동안 제공할 새로운 경험을 지속적으로 고민 중입니다.”

월트디즈니에서 글로벌 콘텐츠 전략을 총괄하는 레베카 캠벨 인터내셔널콘텐츠&오퍼레이션 회장이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디즈니가 단순히 콘텐츠를 제작해서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테마파크에서 캐릭터와 직접 만나는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디즈니 100년의 비결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기업 관계자들과 인터뷰하다 보면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 ‘우리는 고객에게 경험을 파는 회사’라는 말이다. 내년에 창립 100주년을 맞는 디즈니도 마찬가지다. 디즈니는 스타워즈, 마블 시리즈뿐만 아니라 픽사의 애니메이션 시리즈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유명한 회사다.

디즈니가 최근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개최한 팬 이벤트 ‘D23 엑스포(D23 Expo)’에서는 수천 명의 광팬을 만날 수 있었다. 새로운 시리즈의 예고 영상이 공개될 때 환호성을 내지르고,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의상을 입고 분장한 채로 행사를 즐긴다. 10대뿐 아니라 적지 않은 60대, 70대 노년 팬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팬심을 뽐내는 게 눈에 띄었다.

남녀노소 이렇게 열정적인 팬들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은 디즈니랜드에 들어가서야 풀렸다. 영화 속에서 봤던 스파이더맨이 눈앞에서 하늘을 날고, 스타워즈의 촬영장을 옮겨온 것 같은 공간을 거닐면서 디즈니의 팬들은 어렸을 때부터 소중한 경험을 쌓아가게 된다. 이 경험에 비례해 팬심은 깊어지고 디즈니의 콘텐츠와 캐릭터 상품을 소비하는 데 기꺼이 지갑을 연다. 100년 기업으로 영속성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창업자 월트 디즈니의 ‘경험을 팔겠다’는 구상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사용자 경험이 최우선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에서도 경험을 판다는 철학은 잘 드러난다. 구글맵에서 360도 거리의 모습을 제공하는 ‘스트리트뷰’ 팀 관계자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구글맵은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의 “전 세계를 360도 지도로 구성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난 15년 동안 3D 카메라를 들고 전 세계를 누빈 결과 한국을 포함한 100여 개국에서 수집한 2200억 개 이상의 이미지로 1600만㎞의 거리를 스트리트뷰로 구축했다.

이 같은 고퀄리티 콘텐츠를 서비스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했을 것이다.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어맨다 무어 구글 스트리트뷰 상품관리 디렉터는 “이 팀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수익 창출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어떻게 선사할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의 DNA에 새겨져 있는 철학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디스플레이의 미래 기술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퀀텀닷 디스플레이업체 나노시스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국의 디스플레이업체에서도 3년을 일한 경험이 있는 제이슨 하트러브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은 제품을 판다고 생각하지만 애플은 경험을 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을 바꿀 신기술을 개발하려면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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