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선 가운데 외화자금 조달 여건마저 악화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 채권(달러 표시 채권)의 부도 위험이 높게 평가되고 가산금리도 오르는 추세다. 일부 국내 은행은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할당받은 달러 거래 한도가 소진되면서 추가 외화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아직 위기 상황은 아니란 시각이 많지만, 환율 급등이 계속되면 외화자금시장마저 흔들리면서 환헤지(환위험 회피)가 필요한 수출업체, 자금운용사, 증권사, 보험사 등이 줄줄이 유동성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DS는 채권이 부도날 경우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원금을 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한국 정부의 외평채 부도 우려가 높을수록 보험료 성격인 CDS 프리미엄이 올라간다.
외평채 가산금리도 올 들어 상승세다. 5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는 올초 32bp에서 지속적으로 올라 8월 31일 43bp까지 치솟았고 이달 들어서도 지난 23일 42bp에 거래됐다. 해외시장에서 외평채를 발행할 때 미 국채 대비 할증금리가 올 들어 10bp 오른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8월 언론 브리핑에서 CDS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를 거론하며 “대외 위험도를 평가할 때 환율보다 중요한 척도인 두 지표가 아직 매우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지속되면서 두 지표도 악화하는 추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CDS 프리미엄이 650bp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 양호한 수준이지만 환율이 하루에 20원 넘게 치솟는 상황이 반복되면 대외 위험도도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이 고환율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외환시장에서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기준 4364억3000만달러로, 올 들어 266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A은행 관계자는 “스와프 거래를 하고 싶어도 한도가 다 찬 외국계 은행 쪽에서 호가가 맞지 않아 거래 성사가 거의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환율 급등이 계속되면 외국계 은행들이 신용 리스크를 줄이고 유동성 비율을 맞추기 위해 달러 회수에 들어갈 수 있다”며 “시중에 달러 유동성이 있는데도 조달은 안 되는 ‘기술적 유동성 위기’가 일어나 다른 업권까지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담보 부족도 문제다. 달러를 조달하는 대신 원화채권을 담보로 준 은행들은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담보를 추가로 맡겨야 할 처지가 됐다. 담보 보강을 위해 원화채가 빠져나가면서 은행의 유동성 비율(LCR)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LCR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넘어가면서 신규 외환파생 거래는 최소화하고 있다”며 “일부 은행은 운용사 증권사 등에 내보낸 외화자금도 거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 CDS 프리미엄
채권 부도 때 원금을 건질 수 있는 파생상품에 가입하기 위한 수수료. 국가 부도 위험이 커질수록 외평채 CDS 프리미엄도 올라간다.
임도원/빈난새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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