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왜곡 보도로 동맹 훼손"…野 "박진 해임하라"

입력 2022-09-26 18:05   수정 2022-09-27 01:22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 순방 기간에 나온 ‘비속어 논란’에 대해 26일 “사실과 다른 보도로 (한·미) 동맹을 훼손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등 문책을 요구하는 야당의 공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진실은 은폐하면서 언론을 겁박한다”(박홍근 원내대표)며 박 장관 등 외교라인 전면 교체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 “진상 규명 우선”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 “논란이라기보다는 이렇게 말씀드리겠다”며 본인 발언을 왜곡 보도한 경위를 우선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와 관련한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예상과 달랐다.

이번 논란은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글로벌 펀드 재정공약 회의 직후 수행원들에게 “국회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나온 ‘바이든’이라는 단어는 ‘날리면’인데, 이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현장에 있었던 박 장관은 이날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비속어는) 들은 것은 없다”며 “국회는 보통 한국 국회를 의미하고 미국은 의회라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처음 공개한 MBC를 맹폭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윤 대통령 옆에 있던) 박 장관이 ‘우리 국회가 잘 협조해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전후 맥락을 근거로 MBC가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편집)했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MBC가 논란의 발언에 대한 제대로 된 사실 확인 없이 ‘조작 자막’을 달아 내보내 국익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이들 의원은 박성제 MBC 사장 사퇴 및 사과방송을 촉구한 후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민주당 “외교라인 전면 교체하라”
민주당은 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불리는 외교 현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세계적인 경제위기, 대한민국의 민생위기에 이제는 외교 참사까지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해명이 알려지자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도청 장치보다 거짓말이 화근이었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번 순방 책임자인 박 장관을 즉각 해임하고, 대통령실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 ‘외교안보 참사 트로이카’를 전면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강제 수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외부로 공개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발언을 처음 공개한 MBC는 이에 대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 훨씬 전부터 SNS에는 관련 내용과 동영상이 급속히 유포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윤 대통령 사과가 먼저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그 ××’들이 미국 의회를 일컬었든 민주당을 가리켰든 욕한 걸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옳다”고 했다.

좌동욱/오형주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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