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랭커' 토머스 꺾은 김시우…졌지만 빛난 K브러더스

입력 2022-09-26 18:18   수정 2022-09-27 00:33


유럽을 제외한 연합국과 미국 간 남자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우승은 미국에 돌아갔다. 김시우(27), 김주형(20), 임성재(24), 이경훈(31) 등 ‘K브러더스’가 선전했지만,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6) 등 톱 랭커들로 출전자 명단을 채운 미국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26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 할로 클럽(파71)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에서 미국팀은 인터내셔널팀에 17.5점 대 12.5점으로 승리했다. 셰플러, 패트릭 캔틀레이(30·4위), 잰더 쇼플리(29·5위), 저스틴 토머스(29·7위), 콜린 모리카와(25·9위) 등 세계랭킹 톱10 중 5명이 참여한 ‘어벤저스’ 멤버로 팀을 구성한 미국은 2005년부터 9대회 연속 우승컵을 가져갔다. 통산 전적은 12승1무1패가 됐다. 세계 남자 골프의 양대 산맥인 미국과 유럽의 남자 골프 대항전은 ‘라이더컵’이란 이름으로 따로 열리기 때문에 프레지던츠컵의 인터내셔널팀에 유럽 선수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팀은 패배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빛났다. 자력으로 출전권 따낸 임성재와 김주형에 단장 트레버 이멜먼의 추천으로 김시우와 이경훈이 합류하면서 역대 가장 많은 4명이 올해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했다. CJ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이들은 젊음(평균연령 25.5세)의 패기로 인터내셔널팀을 이끌었다. 인터내셔널팀이 거둔 12.5점 가운데 절반이 넘는 7.5점을 이들이 합작했다.

매치플레이로 진행된 마지막 날 한국 선수들은 3승1패를 기록했다. 선봉에 나선 김시우는 토머스를 상대로 1홀차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올렸다. 경기 초반 2홀 차로 끌려가던 김시우는 15번홀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16번홀에서 역전했다. 토머스가 17번홀을 다시 가져갔지만, 마지막 18번홀에서 김시우가 약 3m 버디 퍼트에 성공하면서 파를 기록한 토머스를 꺾었다.

하지만 미국팀은 강했다. 이어진 경기에서 조던 스피스(29)와 캔틀레이, 쇼플리가 줄줄이 승리하며 우승에 필요한 승점 15.5점을 일찌감치 채웠다.

큰 승부는 났지만, K브러더스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임성재는 캐머런 영(25)을, 이경훈은 빌리 호셜(36)을 꺾었다. 앞선 사흘간 뛰어난 활약을 펼친 김주형은 이날 맥스 호마(32)에게 역전패했지만 차세대 스타로 다시 한번 눈도장을 찍었다. ‘CEO’란 별명도 새로 얻었다. ‘최고에너지책임자(chief energy officer)’의 약자다. 인터내셔널팀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대회 셋째 날 승리를 확정 지은 뒤 모자를 바닥에 던지며 포효하는 김주형의 모습은 이번 대회 최고의 장면으로 꼽힌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연일 SNS를 통해 김주형의 활약을 소개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이번 대회 출전 선수 24명에 대한 평점에서 “이번주의 주인공은 톰 김(김주형의 영어 이름)이었다”며 김주형에게 인터내셔널팀의 최고점인 A+를 줬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에너지 넘치는 경기를 보여준 톰 김은 미국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며 “톰 김 같은 선수 덕분에 골프의 이야깃거리가 한층 더 풍성해진다”고 평가했다. 김시우는 A, 임성재와 이경훈은 B를 받았다.

골프의 전설들도 김주형을 높이 평가했다. 인터내셔널팀 단장 이멜먼은 김주형과 포옹하며 “톰, 넌 진정한 챔피언이야. 너 자신을 믿어. 정말 훌륭했어”라고 덕담을 건넸다. PGA 15승을 거둔 프레드 커플스(63)는 김주형과 악수하며 “내년에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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