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 모두 홀인원, 6일 동안 2번도…금감원, 보험사기 의혹 168명 적발

아마추어 골퍼 기준 성공률이 0.008%에 불과하다는 홀인원. 주 1회 라운딩한다고 가정할 때 약 57년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다. 최근 홀인원보험에 가입한 A씨는 6일 동안 두 번이나 홀인원에 성공해 보험금을 받았다. 그는 처음 홀인원을 한 뒤 5일 뒤 새로운 보험에 가입했고, 다음날 재차 홀인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A씨처럼 짧은 기간에 수차례 홀인원에 성공하거나 허위 홀인원 비용 영수증을 제출하는 등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혐의자 168명(391건)을 확인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27일 밝혔다. 예상 편취금액은 10억원에 달한다. 홀인원보험은 아마추어 골퍼 가입자가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하면 기념품과 축하 만찬비, 라운드 비용 등을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골프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금융권의 홀인원보험 마케팅도 증가하는 추세다. 보험사가 운전자보험 상해보험 등에 홀인원보험을 특약으로 판매하거나 신용카드사가 VIP에게 홀인원보험을 무료로 들어주는 식이다. 금감원은 이런 분위기를 틈타 홀인원보험 관련 사기가 성행한다고 보고 최근 기획조사를 벌여 범죄 혐의자들을 경찰에 통보했다.

금감원이 밝힌 주요 유형을 살펴보면 영수증을 허위로 제출하는 수법으로 쓰지도 않은 비용을 청구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B씨는 10여 분의 시차를 두고 음식점 두 곳에서 결제한 영수증 두 개(305만원)를 보험사에 냈는데, 금감원은 업종과 사용시간 등을 고려할 때 허위 비용 청구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C씨는 약 30분 동안 경기 포천과 강원 속초에서 서로 다른 카드로 결제된 영수증 6개를 제출하기도 했다.

설계사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사기 의심 사례도 여럿 있었다. 같은 보험설계사를 통해 홀인원보험에 가입한 세 사람이 동반 라운딩을 했는데, 세 명이 모두 돌아가면서 홀인원에 성공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설계사와 계약자가 같이 골프를 치면서 차례로 홀인원 보험금을 타간 사례도 있었다. 특정 설계사가 모집한 계약자들이 모두 홀인원에 성공한 후 같은 음식점에서 200만원 이상을 결제해 제출한 것도 보험사기 의심 사례에 포함됐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