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방식(先허용·後규제)의 규제 완화와 직무급제 도입, 주휴수당 폐지….’
진보정당인 정의당에서 이런 주장을 기치로 내건 당 대표 후보자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지낸 조성주 후보(44·사진)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기업에 적대적이었던 정의당, 더 나아가 진보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조 후보는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진보는 ‘1987년 체제’ 이후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에 치중한 나머지 그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제한했다”며 “이제 산업의 전환 등 노동과 연결된 경제 문제에서도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 후보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제 ‘6411 버스’에서 내릴 시간”이라고 단언했다. 서울 구로와 강남을 잇는 6411번 버스는 고(故) 노회찬 의원이 “첫차를 타고 출근하는 청소노동자 등 ‘투명인간’들을 대변하겠다”고 한 뒤 정의당의 노선을 상징하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조 후보는 “진보의 기업관도 달라져야 한다”며 “진보정당이 꼭 반(反)기업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한국 경제를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도 진보정당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규제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 후보는 “과감히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 신산업에서 도전자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창의적인 기업가들도 정치적 기대를 보낼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해소하는 방안으로는 직무급제 도입을 제시했다. 직무급제는 경제계에서 주로 주장해왔고, 노동계에서는 금기시한 사안이다. 조 후보는 “연공서열에 근거한 호봉제야말로 업무나 능력과 상관없이 임금을 지급해 기업 규모에 따른 불평등을 더욱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며 “지금까지 진보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을 부르짖으면서 이와 가장 동떨어진 임금체계를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는 정의당의 대표적 실책으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동조한 것을 꼽았다. 그는 “최저임금을 첫해에 16% 넘게 올린 건 굉장히 잘못된 정책이었다”며 “주휴수당을 놔둔 채 최저임금만 급격히 올려 초단시간(주 15시간 미만) 노동자가 대거 양산됐다”고 진단했다.
조 후보는 2010년 ‘청년유니온’ 설립을 주도하며 주휴수당 쟁취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부터 주휴수당은 폐지하고 중장기적으로 최저임금에 통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야권에서는 조 후보 등장을 놓고 “진보정당이 변화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