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7일 14: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의 한화에너지 호주법인 투자 딜은 클로징까지 1년 가까이 지나고서야 완료됐다. 우리PE가 경쟁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게 작년 11월이었다. 이후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 급변에 따라 유동성이 얼어붙으면서 지연됐다. 하지만 우리PE는 산업은행을 끌어들이면서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었다.
우리PE는 작년 11월 국내외 쟁쟁한 PE들과 경합을 벌인 끝에 한화에너지 호주법인 투자 관련 우협 지위를 얻었다. 1400억원을 투자해 한화에너지 호주법인의 지분 20%를 확보하는 거래였다.
우리PE가 당초 목표했던 거래 종결 시점은 올해 초였다. 우리PE는 블라인드펀드가 있었지만 이번 투자에는 활용하지 않고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보통 대기업 투자는 안정성이 보장됐다고 판단해 출자하려는 기관투자가(LP)들이 몰린다. 게다가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삼형제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핵심 계열사인 만큼 펀드레이징이 순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펀드에 자금을 출자해주는 기관투자가(LP)들의 유동성이 올초부터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대출금리가 급등한 탓에 인수금융 조달을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우리PE의 한화에너지 호주법인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늦춰진 일차 요인이다.
이 때 등장한 우군이 산업은행과 산은캐피탈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5월 한화그룹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를 위해 최대 5조원을 지원하겠다는 금융약정을 맺은 바 있다. 국내 주요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산업·금융 협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한화그룹을 첫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 투자 참여를 결정한 건 한화에너지 호주법인이 태양광을 기반으로 그린 수소사업을 키운다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해서다.
산업은행과 산은캐피탈은 우리PE와 공동 운용사 방식인 코지피(Co-GP) 펀드를 만들어 자금 부담을 나눴다. 두 기관이 사실상 핵심 LP로 참여해 총 투자금액 1400억원 중 상당 부분을 출자했다. 우리PE가 산업은행으로부터 출자받은 건 이번 프로젝트가 처음이다.
우리PE는 우협 지위를 얻은지 약 8개월 만에 펀드레이징을 완료했다. 이후 호주 현지 경쟁당국의 승인이 나기까지 3개월여의 시일이 추가로 소요됐다. 김경우 우리PE 대표는 "호주는 넓은 국토 면적과 높은 전력 비용 때문에 신재생에너지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어서 투자하려는 기업들이 많다"며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펀드레이징을 이미 마친 우리PE는 지난 23일 계약 체결과 함께 잔금 납입도 동시에 마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같이 LP 자금을 모으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를 성사시킨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블라인드펀드도 활용하지 않고 인수금융 없이 1400억원을 모두 에쿼티로 채우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리PE는 한화에너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했다. 특히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이 50%, 김동원 부사장과 김동선 상무가 각각 25%를 보유한 오너 소유의 회사로 한화그룹 승계작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화그룹이 주력하고 있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도 한화에너지가 구심점을 맡을 것으로 예상돼 사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PE를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JP모건과 모건스탠리, 노무라증권 등 글로벌 IB를 거친 뱅커 출신으로 한화그룹과 오랜 네트워크를 다져온 인물이다. 특히 지난 2016년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을 도와 2214억원 규모의 사무라이채권 발행을 도운 이력이 있다.
박시은 기자 seek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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