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사진)는 27일 “자체 제품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해 사업적으로 검증받은 첫 전자약 기업이 되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와이브레인은 신경전기자극 기술을 활용해 뇌질환을 치료하는 의료기기 회사다. 지난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스트레스 패치 ‘폴라’로 전자약 최초로 혁신상을 받았다.
마인드스팀은 의료기기 허가와 시장 진입, 치료 가이드라인 제정 등 모든 관문을 넘어선 세계 첫 우울증 전자약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하면 집에서 치료에 쓸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선 새로운 치료 수단이 생긴 셈이다.
KAIST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2013년 와이브레인을 창업했다. ‘마음을 치료하는 반창고’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뇌과학 및 소형기기 전문가 등이 모였지만 결실을 내기까진 9년이나 걸렸다. 그는 “‘제대로 된 기기를 만들자’는 생각에 임상시험에 공을 들였다”며 “집에서 치료받아도 먹는 약처럼 효능이 있다는 결과를 확인한 게 2020년”이라고 했다.
임상 결과 우울증 환자가 6주간 30분씩 마인드스팀 치료를 받았더니 62.8%에게서 우울 증상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치료 효과는 50% 정도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기 어려운 가임기 여성이나 병원을 자주 가기 힘든 사람 등에게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시스템도 선보였다. 매달 4000건 이상 활용되는 등 누적 사용 건수가 5만 건을 넘었다. 현대자동차와 뇌파를 이용한 전동휠체어 제어 시스템도 개발했다.
다음 목표는 해외 시장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마인드스팀 허가 신청을 마쳤다. 일본에도 진출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 전략을 수립 중이다. 내년 치매 환자용 전자약도 출시한다. 이 대표는 “국내 잠재 우울증 환자만 1000만 명에 이르지만 체계적 솔루션은 없다”며 “앱으로 환자를 선별해 보건소, 병원 등을 연결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올해 예비심사를 청구해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하는 게 목표다. 이 대표는 “다음달 정신건강 인식을 높이는 ‘블루밴드’ 캠페인을 시작할 것”이라며 “‘멘털헬스’ 분야 대표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글=이지현/사진=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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