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형의 현장노트] MZ세대 음악인들이 펼쳐낸 국악관현악의 현재와 미래

입력 2022-09-27 17:27   수정 2022-09-28 08:31



지난 2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젊은 연주자 50여 명의 시선이 포디엄에 오른 김성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의 지휘봉에 모아졌다. 연주곡은 현대음악 작곡가 김택수의 ‘무궁동’. 해금 특유의 앵앵거리는 소리로 제시된 짧은 가락이 다양한 리듬을 타고 피리와 소금, 대금, 아쟁, 가야금 등의 독주와 합주로 이어지며 다채롭게 변주됐다. 후반부에 비교적 긴 곡조의 선율이 피리 합주로 흘렀다. 경기민요 ‘청춘가’의 한 소절이었다. ‘세월을 아끼며 살자’는 청춘가 가사의 의미가 연주에 몰두하는 청춘들의 모습과 겹치며 각별하게 다가왔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창작음악축제인 ‘이음음악제’의 두 번째 공연 현장이다. 이 축제를 위해 결성된 프로젝트 악단인 ‘오케스트라 이음’(사진)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6월 공모를 통해 선발된 악단의 연주자들은 모두 20대 국악인이다.
젊은 국악인의 다채로운 합주
취타의 선율과 장단을 3분 남짓의 관현악에 담아낸 김창환의 ‘취하고 타하다’로 공연의 서막을 열었다. 해 뜨는 아침부터 보름달 뜬 풍경까지 자연의 하루를 다양한 국악기의 음색과 주법으로 빚어낸 토머스 오스본의 ‘하루’, 국악 특유의 강렬한 리듬감이 돋보인 도널드 워맥의 가야금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흩어진 리듬’(이지영 협연), 서정적인 선율이 담백하게 흐르는 황호준의 ‘이슬의 시간’이 차례로 연주됐다. 서양의 미니멀리즘에 국악을 결합해 분주한 한국 도시의 야경을 표현한 ‘무궁동’에 이어 전통적인 민요 가락풍이 정겨운 앙코르곡 김성국의 ‘금잔디’로 공연이 마무리됐다.

연주곡들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외 저명한 작곡가들에게 위촉해 초연했던 곡이다. 80여일 동안 이날 한 번의 무대를 위해 연주 기량을 갈고닦은 오케스트라 이음은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다채로운 국악관현악의 세계를 펼쳐냈다.
동시대 감성 담은 국악관현악
이음음악제는 국악관현악의 현재와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축제다. 축제명인 ‘이음’은 세대와 세대를 잇고, 장르와 장르가 만나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장르가 다른 예술가들을 연결해 새로운 예술의 장을 연다는 의미를 담았다. 22일 열린 개막 공연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서양음악을 전공한 장윤성 서울대 음대 교수의 지휘로 이정호·양승환·이신우의 창작곡 세 곡을 초연했다. 비올리스트 이화윤이 협연한 이신우의 비올라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대지의 시’는 독특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했다. 고풍스러운 정악풍 합주에 비올라의 독주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신비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대지(大地)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국악관현악은 마이크를 쓴다’는 통념을 깨고, 이번 축제의 공연들은 마이크 없이 자연음향으로 연주됐다. 확성장치를 통하지 않은 국악기 고유의 음색과 소리결의 매력이 오롯이 전해졌다. 이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수십 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국악기를 개량해 음량과 음역을 확장하고, 악기 간 소리의 불균형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온 성과다. 주 공연장인 해오름극장의 음향 환경이 리노베이션을 통해 대폭 개선된 점도 한몫했다.

오는 30일 열리는 축제의 마지막 공연 ‘3분 관현악’은 시대의 정서와 이상을 표현하는 현대 음악예술 장르로서 국악관현악 발전과 확장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무대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작곡가 10명에게 위촉한 3분 남짓 길이의 국악관현악 열 편을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초연한다. ‘라면’ ‘모 아니면 도’ ‘유니뻐스’ ‘화류동풍’ 등 리허설 현장에서 미리 들어본 연주곡들은 기발한 착상으로 동시대적 감성을 포착해냈다. 실험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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