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의구심은 정부가 2020년 도입한 공익기능증진 직접지불금(공익직불금) 사업에서 확인되고 있다. 직불금은 농산물 수매 등으로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대신, 농가의 소득 안정을 위해 직접 돈을 주는 정책이다. 공익직불금 이전엔 9개 농업 직불금이 산재해 있었다. 당시엔 밭작물 직불금을 쌀의 43% 정도만 주는 등 차등을 뒀다. 문재인 정부는 쌀 이외 작물 재배를 유도한다며 2019년 근거법까지 제정해 공익지불금으로 사업을 개편했다. 쌀이든 밭작물이든, 모든 작물에 똑같은 직불금을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직불금 규모도 대폭 늘렸다. 2019년 농업직불금 지출은 1조3650억원이었는데, 2020년부터는 매년 공익직불금 지출이 2조236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이후 2년간 쌀 공급과잉은 여전했다. 벼 재배 면적은 오히려 증가했다. 2002년부터 계속 줄어온 벼 재배 면적이 2021년엔 73만2477㏊로, 전년 대비 0.8% 늘어났다.
물론 직전 해 쌀값이 높았고, 쌀 작황이 좋았던 계절적 요인도 있었다. 2020년 흉년으로 작년 1월 쌀값은 20㎏에 5만65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밭에도 같은 금액의 직불금을 주면 쌀농사를 덜 지을 것이라는 농식품부의 막연한 추측과 검증되지 않은 정책 실행의 문제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밭에 비해 경지 정리가 잘 된 논에선 기계화가 쉽고, 생산비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사실은 일반인들도 이미 알 정도다. 농작업 대행회사까지 있어 손에 흙 묻히지 않고도 쌀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밭작물에 직불금을 올려주든 말든, 쌀농사를 그대로 짓겠다는 농가가 많을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가 이런 현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건지, 공익직불금 개편에 너무 큰 기대를 건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농식품부는 야당 법안에 대해 쌀 과잉생산을 더 부추기는 입법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취하지만, 이런 문제를 키운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엉성한 정책 대응으로 의무 시장격리라는 포퓰리즘의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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