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돌싱 남녀들이 한곳에 모여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호감을 느낀 이들은 동거를 시작한다. 파격적인 방식에 충격을 안겼던 ENA·MBN '돌싱글즈'가 어느덧 시즌3를 마쳤다. 시즌2의 윤남기·이다은 커플이 부부가 된 데 이어 이번 시즌에서는 한정민·조예영 커플이 탄생했다. '재혼 맛집'으로 거듭난 '돌싱글즈'의 박선혜 PD와 만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돌싱글즈3' 종영 후 서울 모처에서 만난 박선혜 PD는 "시즌1, 2까지 조금 정신없이 달린 감이 있어서 시즌3 (제작에) 들어갈 때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 시즌3가 안 되면 안 된다는 큰 각오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많은 분이 사랑해줘서 감사하다. 출연진분들도 즐거워하고 있어서 굉장히 뿌듯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돌싱글즈'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그간 수많은 비연예인 대상의 연애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출연진을 '돌싱'으로 내세운 건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방송에서는 이혼, 아이 양육, 면접 교섭 등 방송에서 쉽게 나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렇게 시즌1이 크게 주목받고, 시즌2에서는 재혼 커플까지 나오며 '돌싱글즈'는 ENA, MBN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이 됐다.
인기가 높아진 만큼, 세 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박 PD의 마음은 다소 복잡했다고 한다. 그는 "아무래도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거라 기시감을 많이 느낄까 봐 걱정됐다. 시청자분들이 '돌싱글즈'를 사랑해 주셨던 이유가 있을 건데, 그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차별점을 줘야 한다는 부분에서 고민이 컸다. 정해진 룰에서 조금씩 비틀어보는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시즌3에 새롭게 등장한 게 신혼여행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시청 가능 연령대가 기존 15세 이상에서 19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 PD는 "설정 자체에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신혼여행의 첫날 밤을 시청자가 다 같이 본다는 자체가 높은 시청 연령을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와 시청자 의견 등을 고려해 시청 연령을 높였다"고 전했다.
앞선 시즌과 비교해 이번 시즌에서는 유독 최종 커플이 된 한정민, 조예영의 스킨십 장면이 많이 그려지기도 했다. 자극적인 요소로 비칠 수도 있는 부분이라는 지적에 박 PD는 "그렇게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출연자들이 숨기려고 하고 스스로 부담을 느꼈다면 카메라 뒤에서 했을 텐데 그런 식으로 꾸미지 않았다. 손잡고 싶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연애 초반의 에너지를 최대한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었다. 오히려 우리는 많이 걷어낸다고 걷어냈는데도 자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한정민, 조예영은 프로그램 초반 서로 다른 출연자들에게 관심을 보이다가 돌연 가까워지면서 마음을 확인, 애정 전선이 급물살을 탔다. 박 PD는 "두 사람이 확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제일 신기했다. 만난 지 5일 만에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더라"며 웃었다.
이어 "밤 산책 데이트에서 조예영, 한정민 씨가 호감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나눴는데, 이후 호감을 확신으로 이끌어보고자 쟁취를 잘 했던 것 같다. 데이트가 기점이었던 것 같다. 그전에는 다 비슷한 상태로 호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누가 조금 더 먼저 얘기를 하고 확신을 주느냐의 차이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예영은 과거 배우로 활동했던 이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앞서 시즌2에서도 출연자 이덕연이 음원을 발매한 적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연 의도 및 진정성 논란이 불거졌던 바다.
박 PD는 "이덕연 씨도 안타까웠던 부분이 있다. 정말 활동하고 싶었던 분이라기보다는 춤을 즐기고 싶은 분이었던 것 같다"면서도 "이덕연 씨 일을 겪고 나서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다. 조예영 씨는 13년 전에 활동한 분이다. 배우를 하려고 했다는 정도는 알았지만, 구체적인 이력은 몰랐다. 지금은 너무 다른 길을 걷고 있어서 크게 뭔가 조예영 씨는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연자 선정 기준에 관해서 묻자 그는 "인터뷰할 때 꼭 연애할 생각이 있는지, 재혼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를 묻고 그럴 마음이 있는 분들과 하려고 노력했다. 사랑이 간절하고 파트너를 찾고픈 마음이 있어야 프로그램에 들어왔을 때 더 몰입하고 과감한 행동들을 하더라. 결국 그게 늘 우리가 말하는 진정성이다. 조금 더 간절한 분들과 하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비연예인 출연자로 꾸려지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따르는 어려움도 있을 터. 하나는 전 결혼 생활 및 배우자에 대한 언급, 또 하나는 출연자들이 방송 이후 악플 등을 통해 받는 상처라고 했다.
먼저 이혼이나 전 배우자에 대한 언급과 관련해 박 PD는 "어쩔 수 없이 한쪽의 의견을 듣고 풀어내야 하는 거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세워놓은 기준이 유책 배우자는 출연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데도 이혼이 누구 한쪽만의 문제로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얘기를 들어보고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보수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이어 "출연하는 분들도 다들 전 결혼하신 분들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출연한다"며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최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예민하게 보려고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출연진에게 쏟아지는 비방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느끼는 딜레마다. 경쟁적인 상태에서 사랑에 빠져야 할 때 분명 자기답지 않은 모습이 나오기도 하는데, 우린 그걸 만들어 내면서도 최대한 이분들이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튜브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말들이 뉴스처럼 나오기도 하더라. 출연진분들이 방송이 끝나면 계속 찾아보는데, 그런 것들에 너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당부드린다. (시청자들이) 사랑해 주시는 만큼, 의견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송 이후 연인이 된 최동환, 이소라 커플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박 PD는 "두 사람이 잘됐으면 했는데 정말 잘 돼서 좋다면서 본인 친구들이나 딸, 아들, 며느리처럼 기뻐해 주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며 "6, 7월쯤 사귄다고 얘기하더라. 방송에서 공개했을 때 다른 출연자분들은 알고 있고, MC분들은 모르는 상태였다. 이지혜 씨 같은 경우는 프로그램을 너무 재밌게 보는데 (둘의 연애를) 제일 반가워했다"고 전했다.
최동환, 이소라 커플의 이야기는 '돌싱글즈3 외전'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박 PD는 "둘의 데이트 사진, 카톡 등을 받아보면서 '남 연애가 이렇게 흐뭇할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윤남기, 이다은 부부 이후로 또 느껴본 감정"이라면서 "카톡만 봐도 귀엽더라. '찐 연애'를 하는 연인의 초반 모습을 충분히 느끼시게 될 거다. 프로그램에서도 두 분이 데이트한 게 딱 두 번뿐이라 잘 노출이 안 됐다. 같이 있는 모습 자체로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며 외전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돌싱글즈' 시즌4는 미국 특집으로, 미국에 사는 한인 돌싱남녀들을 대상으로 한다. 왜 미국을 택했냐는 질문에 박 PD는 "여러 연애관이 담긴 지원서를 받아봤는데 해외에서 결혼하고 이혼한 분들은 또 다른 느낌이더라. 더 깊은 다른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 LA 한인을 생각했다가 조금 더 범위를 넓혀 미국으로 정했다"고 대답했다.
최근에는 타 방송사의 연애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에서 돌싱 특집을 방송하고 있어 화제다. 이에 박 PD는 "바빠서 아직 못 봤다. '경주에서 돌싱 특집을 하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초창기 몇 개의 프로그램이 같이 잘 되면서 연애 프로그램 자체가 사랑받을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돌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는데 일조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끼는 듯했다. 박 PD는 "시즌3는 전보다 몇 배 이상으로 지원자가 많았다. 60대 후반인 분도 있었다"면서 "돌싱에 대한 편견을 상기시키고, 연령대가 어린 돌싱들이 자기가 가진 경험과 상처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한 지점이 우리 프로그램이 끼친 좋은 영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이어 '재혼 맛집'이 된 비결에 대해서는 "(출연진을) 뽑을 때부터 '여기서 재혼하는 것도 생각하시죠?'라고 묻는다. 이에 긍정적인 분들이다 보니 얘기가 깊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시즌1에서는 (동거라는 소재가) 자극성을 노렸다는 부정적 반응도 있었는데, 돌싱들을 만나서 인터뷰해 보니 연애랑 사는 건 다르더라고요. 같이 산다는 의미가 완전 다르다고 느껴져서 그걸 경험할 수 있게 해보고 싶었어요. 그게 저희의 의도거든요. 이제는 공감하면서 봐주시는 것 같아요."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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