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관 에이치쓰리코리아 대표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불규칙한 전기 생산은 에너지의 저장, 운반에 가장 적합한 수소로 저장하게 된다”며 “저장된 수소는 국가 간 에너지 트레이딩으로 석유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풍력·태양광과 달리 이동·보관이 가능한 청정에너지는 수소가 유일하다. 세계가 앞다퉈 수소산업 육성에 나선 이유다. 우리나라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한다. 수소 전문가들은 풍력·태양광·원자력 등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잉여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저장하는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계속 에너지를 수입하는 ‘에너지 식민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내 최초 무촉매 수전해 기술 개발·양산에 성공한 김 대표를 만나 우리나라 수소경제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수소산업 육성이 필요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수소는 에너지원으로 저장하고 이송할 수 있습니다. 수소 가격이 높으면 다른 나라에서 수소에너지를 수입해야 합니다. 수소에너지 시대가 도래해도 화석연료와 같이 에너지 수입국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에너지 가격이 비싸면 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2050년 세계 수소시장은 사용량 420조원 규모(7억t)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청정수소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선점해야 합니다.”
▷수소생산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가요.
“수소는 주로 석유와 천연가스로 만들기 때문에 화석연료 가격이 폭등하면 수소생산 단가도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화석연료를 이용해 수소를 추출하는 건 청정수소가 아닙니다. 청정수소를 생산하려면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기술이 필요합니다. 수전해는 전기와 촉매, 분리막(멤브레인)이 필요한데 고전도 촉매가 너무 비쌉니다. 촉매는 백금, 이리듐, 루테늄 등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촉매 단가를 최소화해야 수소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무촉매 수전해 기술을 우리나라가 개발했기 때문에 대량 생산으로 단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청정수소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수전해 기술을 연구하는 중소기업들은 연구환경이 열악합니다. 상용화 단계로 매출이 아직 적고, 사업실적이 없다 보니 정부 기관은 물론 금융권의 투자나 자금 지원을 받기 어렵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하루빨리 수소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기업이 주도적으로 수전해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합니다.”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데.
“수소는 부생수소, 개질수소(추출수소), 그린수소(청정수소)로 나뉩니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의 나프타 분해나 제철소 철강 코크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입니다. 개질수소는 액화천연가스 성분의 메탄을 높은 온도와 압력을 이용해 수증기와 반응시켜 나옵니다. 둘 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그레이수소’로도 불립니다. 이산화탄소를 발생하지 않는 그린수소가 청정에너지입니다. 생산단가를 낮춰야 하는 과제만 해결하면 우리나라도 에너지 산유국이 될 수 있습니다. 수전해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촉매 수전해 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한 사례가 있나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 제조기업인 피디티(PDT)와 지난해 9월 무촉매 그린수소 자가 발전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협약했습니다. 중소기업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시스템을 산업현장에 적용한 첫 사례입니다.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고분자 연료전지(PEMFC)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결해 친환경 전력을 생산하게 됩니다. 수소생산에 필요한 전력은 100%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를 사용합니다. 한 달 전력 사용량(1800kW)의 10%를 친환경 전력으로 사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계 최초 스마트팜 RE100을 구축한다고 들었습니다.
“제주 농업회사법인 연리지와 민간 최대 규모의 식물재배 단지와 스마트팜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남아도는 잉여 전기와 용암해수센터의 용암 해수 자원을 활용해 그린수소 자가 발전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재배 단지 에어돔에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냉·난방 공조 시스템을 가동하고, 남은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하게 됩니다. 스마트팜의 ‘자립형 제로에너지’를 활용해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는 주민들에게 매년 소득 공유형 배당 방식으로 지급할 계획입니다.”
예산=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