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8 vs 0.35…한·미 통화스와프 결정할 '이 지표'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2-09-28 11:26   수정 2022-09-28 11:35


"글로벌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때 미국 중앙은행(Fed)가 한·미 통화스와프에 나설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통화스와프 관련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이 총재는 "Fed가 통화스와프를 판단하는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마치 우리나라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달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봐도 전제조건이 맞지 않은데 한국이 왜 달라고 하냐면서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통화스와프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저자세'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Fed가 통화스와프를 나설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이 총재는 이날 '테드(TED) 스프레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테드 스프레드란 미국 재무부 채권의 3개월 수익률과 런던은행 간 제공 금리인 '리보금리(만기 3개월)'의 차이로, 달러 유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 지표로 활용된다. 테드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글로벌 달러 유동성에 경색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한국이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은 2008년 10월과 2020년 3월 테드 스프레드는 크게 벌어졌다. 2008년 10월 한국은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을 때 테드 스프레드는 4.631%포인트까지 확대됐다. 당시 리보금리는 연 4.818%로 치솟았는데 미 국채 3개월물 금리는 연 0.187%였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던 2020년 3월에도 테드 스프레드는 큰 폭으로 확대됐다. 당시 테드 스프레드는 1.44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당시 리보금리는 연 1.45%였는데 미 국채 금리는 연 0.002%로 '0'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과거 두 차례 모두 한국 단독이 아닌 여러 나라가 동시에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2008년에는 한국·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 등 4개국이, 2020년에는 한국 포함 호주·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뉴질랜드·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 등 9개국이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이런 기준에 따라 현재 달러 유동성 상황을 따져봤을 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조건은 아니라는 게 외환당국의 판단이다. 27일 기준 테드 스프레드는 0.35%포인트 차에 그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리보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동시에 미 국채 금리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리보금리는 연 3.641%, 미 국채 3개월물 금리는 연 3.291%를 각각 기록했다.

이 총재가 "한·미 통화스와프가 이론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총재는 "국민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를 한다면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저희가 (미국에) 저자세로 스와프를 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로 생각한다. 저희가 처한 입장에서는 이론적으로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환율 방어'의 수단으로 통화 스와프가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미국과 상시적인 통화스와프를 맺은 영국은 (한국 대비) 통화가치가 더 절하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Fed와 충분히 서로 논의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며 "통화스와프를 발동할 수 있는 국제적인 시장 상황이 전개된다면 그런(협력) 채널이 구축돼 있음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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