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테니스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테니스장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가고 있다.
28일 오전 9시쯤 망원한강공원테니스장에서는 빈 코트를 찾아볼 수 없었다. 평일 오전임에도 이곳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테니스동호인으로 가득했다.
한 달 전부터 테니스를 배우고 있다는 송준엽(32) 씨는 "평소 테니스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최근 사내동호회에 가입해 테니스 레슨을 받고 있다"며 "주말엔 서울에 있는 코트 예약이 어려워 경기도 광주나 인천 청라까지 간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테니스 코트 10면 이상을 보유한 서울 시내 공공테니스장 6곳을 조사한 결과, 6곳 모두 현재 조회할 수 있는 일정에서 18시 이후 및 주말 예약이 모두 마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테니스장은 1주일 혹은 한 달 단위로 예약 시스템이 열려 선착순 신청받는다. 올림픽공원·양재시민의숲·응봉공원 등 3곳은 현재 시점에서 평일을 포함한 모든 시간대가 다 마감됐다. 서남물재생센터·반포종합운동장·목동 등 3곳은 평일 점심대 시간 등 낮 일부 시간만 남고 오후 6시 이후나 주말 시간대는 모두 예약이 불가능한 상태다.
공공테니스장은 실내나 사립 테니스장에 비해 저렴해 인기인 점을 감안해도 평일 대부분 시간대가 예약 불가능하다는 점은 최근 테니스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한 테니스장 관계자는 "직장인이 많이 찾는 오후 시간대 강의의 경우 대기 명단에 400명 이상 등록돼 있다"며 "신규 대기 신청은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테니스 초보자가 상대방과 경기가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6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예약자 한명이 발생하면 공석이 발생하기까지 꽤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남물재생센터 테니스장도 대기자 초과로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강의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온라인 테니스 커뮤니티에서도 "코트가 없어서 공을 못 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대학교 수강 신청하는 마음으로 해도 예약하기 쉽지 않다"며 "예약 시작일마다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테니스 인기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네이버에서 키워드 검색량 및 클릭량 등을 알려주는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테니스' 관련 클릭량은 올해 1월부터 폭증하기 시작했다. 남성(62%)이 여성(38%)보다 약 2배가량 클릭량이 많았고, 연령대별로는 30대, 40대, 20대 순으로 클릭량이 가장 많아 MZ세대가 주축을 이뤘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전국구 테니스 동호인 전용 앱'의 주간 활성 사용자 수(WAU, 안드로이드 및 iOS 사용자 합산·중복포함)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2000명대에서 움직이다가 최근 3000명을 웃돌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앱은 테니스 동호인 협회인 한국테니스진흥협회(KATA)·한국테니스발전협의회(KATO)·대한테니스협회(KTA)를 안내하며 각종 테니스 대회 일정을 확인하거나 참가 신청할 수 있는 곳이다.
성기춘 KATA 회장은 "수도권 지역은 코트 예약 전쟁"이라면서 "1996년부터 27년째 협회에 몸담고 있지만 이 정도 열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엔데믹으로 운동 수요가 높아진 데다 최근 실내 테니스장이 많이 생기면서 높아진 접근성,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에도 비교적 '가성비'를 추구할 수 있는 점,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자랑하기 좋은 복장 등 이유로 MZ세대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끄는 모습"이라면서 "향후 실내 테니스장 보급에 따라 테니스 열풍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진영기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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