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양극화 해소할 'AI 공유 플랫폼'

입력 2022-09-28 17:42   수정 2022-09-29 00:25

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했다. 그 행위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9월 법규 위반으로 판명했고 역대 최대 규모인 1000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는 전 세계를 상대로 사용자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전자상거래, 정보 플랫폼에서 강력한 기반을 구축한 독과점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독특한 인공지능(AI)을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 사용자의 검색 데이터를 수집하는 구글, 고객의 시청 이력을 분석하는 넷플릭스에 빅데이터는 이익 창출의 핵심 자산이다.

물론 우리는 AI와 빅데이터가 가져다주는 생산성 증가와 소비자 만족이라는 효용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수집한 정보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조작과 오독 문제도 등한시할 수 없다. 데이터의 맹목적 신뢰로 인한 인간 존엄성 훼손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한 가지 더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게 있다. 데이터 공개와 공유의 댐은 만능일까에 대한 질문이다. 데이터 없이는 AI가 돌아가지 못한다. 문제는 개인이나 기업이 데이터를 공개하거나 공유하고 싶지 않을 때 발생한다.

개인과 기업 간 데이터 공유 활동은 소극적이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이 이어지면 빅테크 플랫폼만이 강력한 AI를 가지게 된다. 그 결과 이들은 더 강력한 경제 주체가 돼 양극화 문제를 발생시킨다.

양극화를 완화하고 더 나은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측에서 들고나온 새로운 무기가 등장했다. 데이터 공유가 아니라 AI 공유가 그 해법이다. AI만 공유하면 데이터는 여전히 각 주체가 소유하고 유지한다. AI만 상호 간 공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개인사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같은 경제 주체는 데이터를 여전히 소유하면서 AI 성능을 강화해 고객 접점을 계속 확장하고 빅테크에도 맞설 수 있다. 예를 들어 빅테크 종속이 심화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이 연합해 AI 공유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상상해 보자. AI 공유 모델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의료다. 2021년 10월 네이처 메디신에 공유 실험 내용(EXAM 프로젝트)이 발표됐다. 각 병원이 개발한 20개 AI 모델보다 한 개의 AI 공유 플랫폼의 성과가 더 낫다는 내용이다. 모델 AI를 공유하고 실험한 결과 데이터가 적은 소규모 병원이 더 큰 이익을 얻었다. 물론 가장 큰 병원까지 이익을 봤다.

빅테크 주도의 플랫폼 구축이 아니라 모두가 번영하는 생태계 경제에서 사용자 중심의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양극화를 완화하는 포용적 성장의 지름길이다. 신뢰할 만한 AI 공유 플랫폼을 통해 의료, 스마트팜, 상거래, 교통, 금융, 제조, 로봇, 스마트시티가 더 번성할 수 있다. 세계 경제와 산업 각 부문과 단계별 수준에서 가장 큰 AI 엔진들을 AI 공유 방식으로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와 사업자의 이익을 함께 극대화하는 새로운 공유경제 질서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거대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와 비밀스러운 알고리즘에 맞서 중소기업이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AI 개발 비용을 줄이고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으로 AI의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연합학습은 각종 기기나 기관에 분산 저장된 데이터를 직접 공유하지 않고도 서로 협력해 AI 모델을 학습할 수 있는 분산형 머신러닝 기법이다. 그동안 범세계적으로 AI와 로봇으로 대별되는 4차 산업혁명 발달이 양극화를 증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왔다. 이제 AI 공유 플랫폼으로 따뜻한 자본주의를 구축하기 위한 글로벌 대화의 중심에 모두가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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