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와 같은 국가 미래 먹거리가 진짜 '민생'이다

입력 2022-09-28 17:40   수정 2022-09-29 06:59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어제 자율주행·메타버스 등의 필수 부품인 인공지능(AI) 반도체에 5년간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의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8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다. ‘민생경제’의 주제를 소상공인·자영업자·취약계층 보호 대책에서 AI와 같은 국가 미래 먹거리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였다.

윤 대통령은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통해 디지털 혁신과 관련한 행보를 부쩍 강화해 왔다. 미국 방문 기간에 뉴욕대가 주최한 ‘디지털 비전 포럼’의 기조연설을 통해 디지털 데이터와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캐나다에서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세계적 AI 강국인 캐나다와 AI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또 AI 연구의 세계적 허브 중 한 곳인 토론토대를 방문해 ‘AI 구루’로 꼽히는 제프리 힌턴 교수 같은 석학들과 대담했다.

윤 대통령이 디지털 경제와 AI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것은 매우 올바른 방향이다. 기술 패권 시대에 경제·산업은 물론 안보에 이르기까지 국가 명운은 디지털 경쟁력에 달려 있다. 그러나 선언적 구호나 몇 차례 행사만으로 AI와 같은 고난도 기술력이 함양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AI 경쟁력은 ‘AI 전사’를 길러낼 교육 여건이 관건이다. 정보 교사 한 명이 7~8개 학교를 돌아다니며 정보 교과를 교육하는 우리 현실에서 AI 선진국과 겨룰 수 있는 인재 양성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AI 교원 확보를 위해 민간과 기업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하고, 교육정책 속도를 높이는 일만큼은 대통령이 꼭 챙겨야 한다.

AI 경쟁력이 떨어지면 주변국 신세로 밀려날 엄중한 현실에서 대통령의 사소한 말실수가 정치의 중심에 서는 나라에선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다. 여야 정치인들은 ‘반도체 특별법’이 도대체 얼마 동안이나 잠자고 있는지 가늠이나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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