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꼴찌인 일본 민간기업 근로자의 연봉이 3년 만에 처음 올랐다. 여성 근로자의 연봉은 300만엔을 처음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의 소득은 주변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일본 국세청은 일본 민간기업의 정규직 및 파트타임 근로자의 2021년 급여(보너스 포함)가 평균 443만3000엔(약 4421만원)으로 1년 전보다 2.4% 올랐다고 29일 발표했다. 연간 급여가 오른 것은 3년 만이다.
남성은 545만3000엔, 여성은 302만엔으로 1년 전보다 2.5%와 3.2%씩 올랐다. 여성의 평균 급여가 300만엔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정규직 근로자의 연간 급여는 508만4000엔, 파트타임 등 정규직 이외의 근로자는 197만6000엔으로 2.6%와 12.1%씩 상승했다.
"일본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분석했다. 보너스는 평균 66만6000엔으로 3.1% 올랐다. 업종별로는 숙박업 및 외식 서비스업이 14.2%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일반 서비스업이 13.1%로 뒤를 이었다.
'잃어버린 30년'의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의 급여 수준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인 전체의 평균 임금은 424만엔으로 주요 35개국 중 22위였다.
한국은 엔화 환산시 약 462만엔으로 2015년 일본을 추월했다. 30년전에 비해 1위 미국(763만엔)의 임금은 1.5배, 한국이 1.92배 늘었다. 반면 일본은 1.04배로 30년 전과 같은 수준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머서의 지난해 조사에서 일본 대기업 부장의 연간 수입은 타이, 말레이시아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젊은 세대의 급여 수준도 크게 낮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대 초반 근로자의 급여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30대 초반 근로자의 수준은 1990년 151.0에서 2020년 129.4로 줄었다. 30년새 인상률이 14% 줄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대 독신 남성의 실질 가처분 소득은 2020년 평균 271만6000엔으로 1990년(318만7000엔)보다 15% 줄었다. 저출산·고령화의 진전으로 건강보험과 후생연금 보험료 등 사회보험료 부담액이 29만4000엔에서 49만8000엔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그 결과 달러로 환산한 일본 26~40세의 가처분소득은 2만6000달러(약 3744만원)로 미국(5만달러)의 60%에도 못 미쳤다. G7 최하위였다.
일본 기업의 99.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급여수준은 더욱 낮다. 중소 제조기업에 근무하는 30세 근로자의 평균 월 수입은 22만7515엔이었다.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의 30세 평균 임금은 월 26만4971엔이었지만 300인 미만 기업의 30세 평균 임금은 22만7515엔에 그쳤다.
젊은 세대의 낮은 소득은 결혼 감소로 이어져 일본의 인구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호시노 다쿠야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30년간) 사택 등을 제공하는 기업도 줄어들어 가처분소득의 차이가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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