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사고의 원인 규명도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유가족들을 찾아 피해보상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들은 "장례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 합의서부터 내미는 건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행동"이라며 반발했다.
29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백화점은 전날부터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사고 유가족들을 만나 피해보상안을 협의하고 있다.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사고로 세상을 떠난 협력업체 직원 A씨(65)의 유가족 B씨는 "전날 현대백화점 관계자가 손해배상액 계산표를 들고 장례식장을 찾아와 합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현대백화점 측 합의안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유가족에게 사고시연령과 기대여명, 월수입 등을 고려해 저마다 다른 손해배상액을 책정해 제시했다. 예컨대 올해 나이가 65세인 A씨의 경우 기대여명은 18.63년, 월 수입은 310여만원으로 계산해 재산손해액을 산정하고, 위자료를 1억원으로 책정했다. 여기에 상당액의 위로금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B씨는 "갑자기 장례식장을 찾아와 우리가 드릴 수 있는 보상금은 이 정도 수준이 최대이니 빨리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다"며 "조문객을 받고, 마음을 추스르기도 벅찬 유가족들에게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현대백화점 측이 유가족과의 피해보상 합의를 서두르는 것은 날로 커지는 사고 관련 논란을 빠르게 잠재우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전 현대아울렛 지하 1층에선 지난 25일 오전 대형 화재가 발생해 환경미화·시설관리 직원 등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 등이 화재 원인과 소방설비 작동 여부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가족에게 합의안을 제시한 현대백화점 장 모 상무는 "보상 문제에 대해 최대한 성의를 보이기 위해 찾아뵌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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