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보름달' '미니 호떡' 등 싼 가격에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는 양산빵을 팔던 편의점이 최근 베이커리 상품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도시락과 커피, 햄버거 등을 고급화해 전문점 수요를 대체하고 있는 편의점이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제과·제빵 프랜차이즈에도 도전장을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자체브랜드(PB) 베이커리 '브레디크'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브레디크는 GS25가 2021년 초부터 SPC삼립과 협업해 선보인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식빵과 단팥빵, 크림빵 수준을 넘어 휘낭시에와 스콘, 소금버터롤케익 등 전문점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게 특징이다. GS25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SPC 삼립과 최신 소비 트렌드를 공유하며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빵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월간 브레디크'라는 이름으로 매달 한 가지 이상 신메뉴를 공개하고 있다.
GS25가 베이커리 상품군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는 이유는 빵이 담배나 커피만큼이나 훌륭한 미끼상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GS25에 따르면 브레디크의 ‘병매율’은 88%에 달한다. GS25에 들러 브레디크 빵을 사가는 소비자 10명 중 9명은 다른 상품을 같이 구매했다는 얘기다.
브레디크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2030 젊은 여성 소비자들에게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브레디크 구매 소비자의 46%는 2030 여성 소비자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브레디크 일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75.7% 급증했다.
브레디크를 선보인 뒤 정체됐던 GS25 베이커리 상품군 매출이 전반적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2020년 2.6%에 그쳤던 GS25 베이커리 상품군 매출 전년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31.6%, 올해(1~8월 기준) 53.6%로 크게 늘었다.
대형마트들도 최근 편의점업계에서 베이커리 고급화에 나서자 대응에 나섰다. 2010년대 초반 '대기업 빵집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이후 의도적으로 사업 확장을 자제하거나, 외부 업체를 입점시키는 방식을 고수하던 대형마트들도 최근에는 자체 브랜드로 베이커리 상품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에선 자회사인 신세계푸드가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 '블랑제리' 매장을 용산점, 성수점 등 전국 이마트 47개 점포에서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는 직영 베이커리 브랜드 '풍미소'를 올초부터 확장하고 있다. 풍미소는 대형마트에서 주로 추구하던 '공장형 대용량 베이커리' 콘셉트 대신 '전문점을 뛰어넘는 맛, 빵의 고급화'를 목표로 추구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갓 구운 빵은 e커머스가 따라올 수 없는 대형마트만의 경쟁력"이라며 "대형마트 업황이 날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베이커리는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불러들일 새로운 유인책"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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