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9일 14: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인 한화생명이 4000여명의 설계사를 보유한 국내 독립계 보험판매대리점(GA) 피플라이프 인수를 눈앞에 뒀다. 한화생명은 오프라인 영업망에 강점을 갖춘 피플라이프를 인수해 압도적 점유율과 설계사 수를 확보한 후, 토스와 카카오 등 온라인플랫폼과의 전면전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이어 금융부문에서도 잇단 빅딜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피플라이프의 경영권 인수를 결정하고 이르면 내달 중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매각 주관사는 도이치뱅크가 맡았다. 거래가는 2000억원대 중후반 수준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피플라이프의 지분 구성은 삼성생명 출신 창업자인 현학진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6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인 코스톤아시아가 32.2%, 푸본현대생명이 4.9%를 갖고 있다. 현 회장과 FI 지분을 포함한 100% 지분이 매각 대상이다.
피플라이프는 지난해 매출 3031억원, 영업이익 121억원을 기록했다. 피플라이프는 국내 최대규모인 전국 189곳의 오프라인 지점을 보유해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가 컸다. 다만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2020년 영업이익(26억원) 대비 이익을 회복하면서 최종 매각에 성공했다.
한화생명은 이번 인수로 GA 부문에서 압도적인 선두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화생명의 GA 계열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올해 초 기준 소속 설계사 1만8000여명을 보유해 지난해 4월 출범 직후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최근 토스(비바리퍼블리카)도 자회사 토스인슈어런스 등을 통해 GA 영업망을 늘리고 있고 카카오페이도 이 시장에 뛰어드는 등 온라인플랫폼사들도 경쟁사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생명 내부에선 온라인서비스가 규제 등 문제로 단기간 내 오프라인 GA 영업망을 대체하기 어렵다 판단해 오프라인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GA 업체들이 자동차 보험 등에선 강점을 보일 수 있지만 생명보험 혹은 종신보험 등 주력 장기계약 상품의 경우 아직까지 고객들이 대면 상담을 통해 보수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기조가 짙다"며 "한화는 오프라인 강화를 통해 수익성 위주의 계약을 강화하는 전략을 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독립계 GA회사들이 잇따라 상장이나 M&A에 성공하는 기조도 이어졌다. JC파트너스는 약 1900억원을 투입해 리치앤코의 최대주주에 올랐고, 인카금융서비스는 연초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피플라이프는 현 회장이 2003년 설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독립계 GA로 조인성·현빈 등 유명 배우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으로 사세를 키웠다. 업계 최초로 설계사를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9년 PEF인 코스톤아시아로부터 조달한 투자금으로 오프라인 점포를 500곳까지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세웠지만 코로나 위기로 달성하진 못했다.
한화생명은 "피플라이프 인수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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