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올해 행사는 최근 ‘핀테크 빙하기’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울 만큼 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참여 기업만 약 120곳, 사전에 관람을 신청한 사람은 1700명을 넘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직접 현장을 찾은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핀테크 기업들의 전시 부스를 둘러보며 업계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장에 실물 부스를 차린 기업은 총 59곳. 5대 금융지주와 대형 금융회사 10곳을 제외하고 엄격한 ‘커트라인’을 통과한 핀테크 업체는 49곳이다. 중소 핀테크 기업들은 부스를 설치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치열한 선발전을 거쳤다. 금융위가 개최하는 행사여서 선발만 되면 별도 비용 부담도 없다. 금융당국은 물론 수많은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기회인 만큼 홍보에 목마른 스타트업들에 귀한 자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시장 내 가장 널찍한 자리를 확보한 토스(회사명: 비바리퍼블리카)의 부스는 휑했다. 익숙한 토스 로고를 보고 다가왔던 관람객들은 텅 빈 부스를 두리번거리다 의아한 표정으로 떠나갔다. 토스를 애용한다는 30대 관람객 최모씨는 “토스 앱 소개 화면이 띄워진 작은 모니터 뒤에서 직원 한 명이 스마트폰만 보고 앉아 있어 그냥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 농협은행 등 주요 체험관을 돌며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 본 김 위원장조차 토스 부스를 피해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부스를 배정받지 못한 스타트업들은 토스에 아쉬움과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행사를 위해 3주 동안 전시를 준비했다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세금으로 지원하는 행사에 아무런 준비 없이 부스를 비워둔 것은 다른 기업이 나올 기회를 빼앗은 셈”이라며 “토스 같은 ‘국가대표 핀테크’가 이래도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토스 관계자는 “행사 초반에 다소 준비가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며 “남은 기간이라도 부스가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토스와 달리 한 중견 핀테크 기업은 금융위로부터 전시관을 차려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다른 작은 스타트업에 기회를 주라”며 양보했다. 토스의 모습에 뒷맛이 더 씁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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