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비리 근절을 위해 합동수사단을 꾸렸다. 세금 포탈뿐만 아니라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 등 세출 범죄까지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선 합동수사단이 문재인 정부의 친환경정책 관련 국고보조금 지급 관련 비리를 겨냥한 대대적인 수사를 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검찰청은 30일 검찰과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으로 구성된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이 정식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합수단은 조세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설치됐다. 유관 기관 직원을 포함해 총 30여명이 합수단에 포진됐다.
재정범죄 합수단은 앞으로 조세 포탈과 재산 국외 도피 등 세입 관련 탈세 범죄와 각종 보조금·지원금 부정수급 등 세출 관련 재정 비리를 수사할 계획이다. 검사와 수사관은 수사계획 수립과 자료 분석, 압수수색, 조사·기소·공소 유지 등을 맡고 유관기관 파견직원은 범죄혐의 포착·분석, 자금추적, 과세자료 통보, 부정축재 재산 환수 지원 등을 담당한다.
범죄 수익 환수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대검은 이를 위해 해외 불법재산 환수 합동조사단을 합수단에 편입시켜 그동안 쌓은 범죄수익 적발 및 환수 노하우를 승계하기로 했다. 해외 불법재산 환수 합동조사단은 해외에 재산을 은닉한 것을 적발하고 불법재산을 환수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합수단 출범식에서 “세금을 어떻게 거두어서 어떻게 쓰느냐’는 국가 흥망성쇠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재정 비리를 뿌리 뽑아 나라 곳간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재정범죄 합수단을 만든 것은 갈수록 세금 및 재정 관련 범죄가 지능화·대형화하고 있어서다. 검찰은 특히 국고보조금 지급 금액과 대상이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 ‘e나라도움’에 따르면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9조1000억원이던 국고보조금 교부금액은 지난해 125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보조금을 받은 사업자 수는 같은 기간 20만3491곳에서 25만8899곳으로 증가했다. 반면 국고보조금 관련 범죄 기소는 점점 줄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국고보조금 관련 범죄 기소 건수는 15건으로 2020년(23건)보다 8건 줄었다. 2017년(176건) 이후 5년 동안 대폭 감소했다.
조세·관세 포털 관련 기소 건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조세 포털 관련 기소 건수는 55건으로 2017년(223건)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기간 관세 포털 기소 건수도 86건에서 27건으로 감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는데 검찰의 직접 수사는 제한된 채 전문 수사부서도 없었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9월 10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직접 수사할 수 없었던 보조금 관련 범죄와 조세·관세 포털 범죄를 맡을 수 있게 됐다.
법조계에선 재정범죄 합수단 탄생으로 검찰이 문 정부 시절 이뤄진 각종 친환경 분야 재정 비리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문 정부 때 이뤄진 12조원 규모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업 중 2616억원어치 위법?부당사례를 적발하고 표본조사를 전수조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국민 세금을 멋대로 쓰는 자들은 엄단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와 관련한 수사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린 상황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