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말 큰일"…수리남·돈스파이크에 검색 '폭발'했다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2-10-02 09:11   수정 2022-10-02 17:12


최근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 인기를 끈 데 이어 작곡가 겸 사업가 돈스파이크(45·본명 김민수)가 구속되면서 구글에서 '마약' 관련 검색량이 폭증하고 있다. 최근 1020 마약 범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마약을 소재로 한 콘텐츠로 대중의 관심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수리남 흥행·돈스파이크 체포에 '마약' 검색량 폭증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마약' 검색량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9월 9일 마약 소재 드라마 '수리남'이 공개된 이후 급등했다. 구글 트렌드는 가장 검색량이 많은 날을 100 기준으로 놓고 상대적인 검색량 추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전까지 '마약' 검색량은 5 미만에 불과했으나 '수리남' 공개 후에는 79까지 오르기도 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수리남'은 한국에서 9월 10일부터 26일까지 17일간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다.


'수리남'과 '마약' 검색량은 비슷한 추세선을 보이다가 이후 관심도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마약'의 관심도는 이전보다 높아져 5 미만으로는 거의 내려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돈스파이크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지난달 27일 검색량이 다시 급증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10 아래로 내려가질 않고 있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하방 지지선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통계 작성 이래 '마약' 검색량이 가장 높았던 것은 지난 2018년 12월 영화 '마약왕'이 개봉된 후인 2019년 1월이다. 전문가들은 마약 소재 영화, 드라마나 유명 인사의 마약 관련 범죄가 마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데 일조한다고 분석했다.

김낭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존 마약 범죄의 대상이 됐던 약물들은 '하드 드러그'로 그 속성과 증세가 강했으나, 최근에는 '소프트 드러그'가 대상이 되어가고 인터넷, 소셜 미디어의 발달까지 동반해 밀반입, 접근성이 더 쉬워진 측면이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미디어에 노출되는 각종 마약 관련 이슈는 대중들에게, 특히 제대로 된 마약 사용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10대 청소년과 20대 젊은이들에게 호기심만 자극해 마약 범죄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수리남'을 방영하는 넷플릭스의 사용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20대로 약 30%를 넘는다. 인구로 따지면 20대는 약 250만명, 10대는 약 40만명 안팎이 넷플릭스를 사용해오기 때문에 그만큼 마약 소재 영화나 드라마가 이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여야 한목소리로 "한국, 더 이상 마약 청정국 아냐"

최근 여야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방이 치열하나, 마약에 대해서는 흔치 않게 한목소리로 경각심을 고취하고 있다. 각종 통계를 통해 한국이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과 강준현 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연간 마약밀수 총단속 건수가 382건에서 1054건으로 2.8배, 중량 면에서 5만36g에서 127만2474g으로 약 25배, 금액 면에서 887억에서 4499억으로 약 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개청 이래 가장 많은 단속량이다.

특히 국제우편을 활용한 마약밀수가 건수로 240건에서 780건으로 약 3.3배, 중량으론 1만5732g에서 19만3306g으로 약 12배, 금액 면에서 187억에서 368억으로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해외직구를 활용한 신종 마약밀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급증하는 마약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수사당국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걱정은 커지고 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해경 내 마약 전담 인력은 총 20명에 그쳤다. 정 의원은 "선박을 통한 마약 밀수와 해양 마약류 범죄에 대응해야 하는 해경 전담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양을 통한 마약 밀반입 시도가 계속되며 마약 범죄가 폭증하는 실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10~20대서 마약 범죄 급증…"어릴 때 마약하면 커서도 마약 해"

마약 소재 미디어나 이슈가 더 큰 우려를 낳는 부분은 바로 국가 미래인 청소년과 20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7년 검거된 마약사범 중 20대와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478명(16.6%), 69명(0.8%)이었으나 2021년에는 20대 3507명(33%), 10대 309명(2.9%)으로 5년 새 2~3배씩 늘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10대와 20대에 마약을 하게 되면 결국 중장년이 되어서도 마약에 손댈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새 정부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계도와 예방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대비 2021년 학생 마약류 사범은 147% 이상 증가했다. 이는 일반 마약류 사범의 증가율인 31%를 크게 웃돈다. 강 의원은 "어릴 적부터의 마약 관련 교육이 무척 중요한데 관련 교육이 다른 주제와 통합으로 교육되고 있다"면서 "교육부 차원의 대책과 강화된 교육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낭희 부연구위원도 "젊은 연령대가 유튜브 등에서 마약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광고나 콘텐츠를 접한다고 하더라도, 그 심각성을 인지할 수준은 안 된다"면서 "교육 과정에서 마약을 했을 경우 본인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악영향이 있는지 냉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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