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리와 같다. 수소 같은 가벼운 원자핵이 융합해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한다. KSTAR 주장치 외부와 중간재는 스테인리스강과 순은으로, 내부 타일과 하단 디버터는 현재 고순도 탄소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탄소가 플라즈마에 의해 조금씩 침식된다는 점이다. 불순물인 메탄도 발생시킨다. 현재의 탄소 재질 디버터로는 1억 도 플라즈마 제어를 30초까지 진행하는 것이 한계다. 제어 시간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열에 강하면서도 플라즈마에 깎이지 않는 소재를 개발할 필요성이 커졌다. 핵융합연은 이에 수년간 열과 플라즈마 침식에 강한 금속인 텅스텐으로 디버터를 제작하는 연구를 해왔다.
내년 8월 설치가 완료되면 각 텅스텐 디버터는 10㎿ 이상의 에너지를 견딜 수 있다. 현재 설치된 탄소 재질 디버터가 견디는 에너지의 두 배가 넘는다. 4인 가족 기준 460가구에서 한 달간 쓸 수 있는 전기 에너지에 맞먹는다. 이후 내년 10월부터 시운전을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제어 시간을 늘린다. 2026년 300초 제어가 현재 목표다. 과학계에서는 ‘1억 도 300초’ 제어에 성공하면 핵융합 발전의 필수 조건인 24시간 제어가 사실상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1억 도까지 올라간 플라즈마 중심부에 가로세로 1㎝의 작은 중수소·삼중수소 고체 알갱이를 초속 100m 이상의 빠른 속도로 발사하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강한 열로 고압의 수증기를 발생시킨 뒤 터빈과 이어지는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이다.
핵융합 연구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과학 분야 중 하나다. 해외 연구를 따라가는 다른 과학 분야와 다르다. 핵융합연은 2008년 6월 첫 플라즈마를 0.249초간 방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단계적으로 시간을 늘렸다. 현재 1억 도 30초 제어까지 성공한 한국의 기록은 세계 신기록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핵융합 연구를 하고 있는 선진국들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7개국이 참여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에도 참여하고 있다. 윤 연구본부장은 “텅스텐 디버터가 KSTAR에 성공적으로 장착되고 300초 운전에 성공하면 ITER에서 참고할 중요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전=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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