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노벨문학상 수상자 토카르추크의 '독서 찬양서'

입력 2022-09-30 18:09   수정 2022-10-01 00:46

“우리가 책을 펼칠 때마다 책장 표면과 우리 눈 사이 어디쯤에서 기적과도 같은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잠시나마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을 멈추고 타인이 되어보는 데 독서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첫 에세이 <다정한 서술자>에는 이처럼 ‘읽기’에 대한 찬양이 가득하다. 이 책은 그간 발표한 에세이와 칼럼, 강연록 중에서 토카르추크가 직접 12편의 글을 골라 묶은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그의 서재에 초대된 듯하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쾌락 원리의 저편>,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몽테뉴의 <에세> 등 토카르추크의 독서 목록이 줄지어 인용된다.

폴란드 최고 권위 문학상인 니케문학상,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빛나는 수상 경력이 그를 수식하지만 토카르추크는 “나는 작가이기 전에 우선 독자”라고 말한다. 독서를 통해 타인이 돼보는 기적은 그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오직 문학만이 우리로 하여금 다른 존재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서 그들의 당위성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하고, 운명을 체감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소셜미디어의 글은, 심지어 일부 문학 작품도 “솔리스트들로만 구성된 합창단”처럼 자신의 경험과 역사만을 경쟁적으로 강조한다는 게 토카르추크의 진단이다. 오늘날 기후 위기, 국가 간 분쟁 등의 원인도 이 같은 이기주의와 분열에서 찾는다.

토카르추크가 주목한 대안은 다시 문학이다. 그는 ‘다정한 서술자’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다정함이란 대상을 의인화해서 바라보고, 감정을 공유하고, 나와 닮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기술이다.”

토카르추크는 최근 민음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는 팬데믹 이후 전쟁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기후 재앙이라는 또 다른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세상은 인간에게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고, 그래서 인간은 문학을 발명했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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