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뒤늦은 전기·가스료 인상…국민도 '에너지 과소비 불감증' 벗어나야

입력 2022-09-30 17:42   수정 2022-10-01 00:30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됐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 평균 월 2270원, 도시가스 요금은 가구당 월평균 5400원을 추가 부담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살림에 적잖은 부담이다.

이번 요금 인상은 국내외 상황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연료비 가격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데다 지난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요금 인상을 눌러온 것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용 전기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88%, 가정용 전기료는 61%에 머물러 왔다. 인위적 요금 억제의 부작용은 에너지 과소비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지난해 국민 1인당 전기 사용량은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였다. 전력 소모가 많은 산업 구조 문제가 크지만, 요금이 저렴해 에너지 절약에 둔감한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대란으로 초비상이다. 유럽 각국이 부족해진 천연가스의 대체 연료를 구하는 과정에서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요금이 덩달아 오르며 에너지 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급기야 헝가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프랑스는 에펠탑 야간 조명을 1시간 이상 단축했고, 스위스는 가스 배급제까지 검토 중이다. 독일에선 겨울을 앞두고 나무, 석탄 등 땔감과 전통식 난로를 마련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말대로 “1970년대 오일 쇼크에 준하는 비상 상황”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로 유럽보다 훨씬 높은 우리나라는 어떤가.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지난 8월 기준)이 지난해 동기보다 90%나 늘어난 배경에 여전한 ‘에너지 과소비 불감증’이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닌가.

정부가 어제서야 뒤늦게 올겨울 에너지 사용량 10% 절감을 목표로 범국민 절약 운동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에너지 절약·효율화 대책’을 내놨다. 전력 소비를 10%만 줄여도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수입액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는 올 상반기 무역수지 적자(103억달러)를 웃도는 액수다. 에너지 소비는 경제 위기와도 직결된 문제다. 이번 전기·가스료 인상이 기업과 국민의 에너지 절약 문화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에너지 고효율 구조로 경제·산업의 체질 개선을 병행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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