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만 364일"…'거북이' 법원에 민원인 속탄다

입력 2022-09-30 17:53   수정 2022-10-01 01:04

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재판 지연’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만 수년간 이어지는 사례가 늘면서 ‘사법 불신’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대법원이 발간한 ‘2022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심 합의부가 민사 본안사건을 처리하는 데 평균 364.1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는 298.3일, 2020년에는 309.6일이 걸렸는데 지난해 대폭 늘어났다.

기일이 진행된 합의부 사건을 기준으로 지난해 민사 소송을 제기한 뒤 재판 첫 기일까지는 평균 150.6일이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소장을 접수하고 법정에서 판사를 만날 때까지 5개월가량 소요됐다는 의미다. 변론 종결 후 판결 선고까지는 42.8일이 더 걸렸다.

지난해 접수된 민사 본안사건 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9만2607건이 접수돼 101만2837건이 접수된 2020년에 비해 11.87% 감소했다. 접수된 사건 수가 줄었는데도 처리기간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재판 지연은 일선 변호사들이 체감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7~8월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변호사 666명 중 89%(592명)가 ‘최근 5년간 재판 지연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와 인력 부족이 지목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폐지하기 전까지는 판사들 사이에서 사건을 경쟁적으로 빨리 처리하려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법원장 후보추천제 도입 후 판사들의 업무 의욕이 크게 떨어진 분위기”라며 “까다로운 사건은 인사 이동할 때까지 묵혀놓는 경우가 심심찮게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대법관 공백도 이어지고 있어 상고심 재판 지연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재형 대법관이 퇴임한 뒤 차기 대법관으로 지명된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한 달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대법관이 주심이던 330건가량의 사건 진행은 중단된 상태다.

한편 이날 공개된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이 접수한 개인파산 사건은 총 4만9063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파산은 2007년 15만4039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까지 10년간 줄곧 감소했다. 그러다 2019년 증가세로 돌아섰고,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020년 5만379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5만 건에 가까운 개인파산 신청이 들어온 것 역시 코로나19 사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법인파산도 955건 접수됐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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