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은 이날 S&P가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AA'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은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고 보도했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내려가면 국가 신용등급 이 하향될 가능성이 생긴다.
S&P는 영국의 공공부문 부채가 감소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뒤집고, 부채 규모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주 감세 정책을 내놨지만, 이 여파로 국가채무 증가 우려가 커지며 파운드화 가치가 한때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이후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신용평가사 또한 우려를 내놓은 셈이다.
S&P는 "영국의 경제적 여건이 악화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거나 시장 원리나 긴축 정책으로 정부의 차입 비용이 예상보다 증가하는 등 추가적인 위험 요인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영국이 다가오는 분기에 기술적 경기침체를 겪게 될 수 있고, 2023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이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GDP 성장률이 두 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기술적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는 지난 23일 450억파운드(약 71조원) 규모 감세책을 내놨다. 은행가의 소득 상한을 폐지하고 소득세 최고세율 45%에서 40%를 낮추는 등의 조치가 포함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50년 만에 최대 폭인 이번 감세안이 국가부채 급증과 인플레이션 심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26일 한때 영국 파운드화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이 사상 최저 수준인 1.03달러로 곤두박질칠 정도로 시장이 요동쳤다.
지난 27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의 대규모 감세정책에 대해 불평등을 더 조장할 것이라며 재고(rethink)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IMF는 "영국정부의 감세 정책이 '비선별적(untargeted)'이라며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더 끌어 올릴 위협을 가할 것"이라며 "영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박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 대규모의 비선별적 재정 정책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트러스 총리는 경제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28일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우리가 세운 올바른 계획"이라며 "우리가 어려운 경제 시기를 맞고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영국 정부가 이 어려운 시기에 개입하고 행동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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