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들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의 꿈을 좇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듯 한국에도 스타트업을 세운 외국인들이 있다. 비토리아 벤투라 VHP 대표(브라질), 티챠 존슨 펜 에코링크스 대표(카메룬), 아가르왈 판카즈 태그하이브 대표(인도)가 주인공이다. 정보기술(IT) 강국 이미지와 K팝 등에 이끌린 이들은 인재 발굴에 나선 정부 기관과 대기업의 도움으로 한국행을 결정했다.
이 가상 인간을 만든 이는 방탄소년단(BTS)을 열렬히 좋아하는 브라질 국적의 벤투라 대표다. 그는 지난해 1월 가상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는 서강대 학생 창업팀 VHP를 설립했다. 벤투라 대표는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2019년 서강대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에 입학했다. K팝 팬이자 한국인 친구가 많은 그에게 한국행은 그리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는 “평범한 예술이 아닌, 기술과 접목된 새로운 예술을 배우고 싶어 한국에 왔다”며 “테오는 한국과 브라질 양국의 문화를 잇는 다리”라고 말했다.
카메룬은 툭하면 정전이 일어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지만 돈도 기술도 없었던 그에게 한국국제협력단(KOICA) 연수 프로그램이 기회가 됐다. 2017년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그는 한동대 전기공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고향으로 돌아가 카메룬전력공사에서 일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전기 갈증’을 해결할 수는 없는 곳이었다. 그는 공기업 자리를 박차고 나와 한국에서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존슨 펜 대표는 “세계에 영향을 미치려면 카메룬 밖으로 나가야 했고, 창업 생태계가 잘 갖춰진 한국이라면 해외 진출에도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계속 밟힌 건 고향의 열악한 교육 환경이었다. 그는 연구하던 태그(Tag) 시스템을 활용해 교사와 학생의 소통을 돕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개발했다.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에 선발되면서 창업가의 길에 뛰어들었다.
판카즈 대표는 “한국은 관공서에 신청 서류를 내고 10일 걸린다는 안내를 받으면 실제 기한 안에 처리된다”며 “시간을 잘 지키는 문화가 창업하기에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그하이브는 IT 강국인 한국과 14억 인구의 인도 시장을 이어주는 가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종우/허란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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