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TV 전체 수요가 늘지 않고 있는 가운데 ‘70형 이상’ 초대형 OLED TV 시장이 ‘나홀로 성장세’로 주목받고 있다. 초대형 OLED 패널 가격이 떨어지는 가운데 고화질 대형 화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2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70형 이상 초대형 OLED TV 판매량이 69만90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판매량(59만3000대) 대비 17.9% 늘어난 수치다. 초대형 OLED TV 판매량은 매년 증가해 2025년엔 100만 대를 넘을 것이라고 옴디아는 내다봤다.
올해 글로벌 TV 시장은 대체로 ‘불황’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반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926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50만 대 감소했다. 연간 TV 출하량은 2억879만 대로 2010년(2억1000만 대) 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각국이 돈풀기 정책을 서둘러 거둬들였고, 이 때문에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TV 수요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2020~2021년과 비교해 재택근무 비중이 감소한 것도 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초대형 OLED TV 시장이 홀로 호황을 구가하는 배경에는 패널 공급 증가, 고화질 TV 시청 수요 확대 등이 있다. 현재 70형 이상 초대형 OLED TV 패널을 생산하는 업체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경기 파주와 중국 광저우 등에 관련 시설 투자를 늘려온 이 회사는 올해 70형 이상 초대형 OLED 패널을 전년 대비 60% 증가한 100만 장 이상 생산할 계획이다.
공급량이 늘면서 가격도 하락세다. 옴디아에 따르면 초대형 OLED TV의 평균 판매가격(ASP)은 2019년 7000달러(약 1009만원)에서 올해 3500달러(약 504만원)로 떨어졌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OLED TV 가격이 떨어지면서 LCD 대신 OLED를 택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올해 LCD TV 출하량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2억 대를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고화질 대형 화면으로 보려는 수요 영향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고화질 OTT 시장이 큰 북미 지역에 영화나 스포츠 경기를 대화면 TV로 시청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OLED TV의 북미 판매 비중은 올 들어 25%까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초대형 OLED TV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엔 LG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도 70형 OLED 패널을 생산해 세계 1위 TV 업체 삼성전자 등에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소득 소비자를 겨냥한 TV 업체들의 초대형 제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이날 97형 세계 최대 OLED TV인 ‘올레드 에보 갤러리 에디션’을 공개하고 북미 프리미엄 TV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TV는 영상 속 얼굴이나 신체, 사물, 글씨, 배경 등을 구분해 입체감을 높이고 음향을 강화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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