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스템 없이 위기 넘을 순 없다

입력 2022-10-02 17:34   수정 2022-10-03 00:12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크다. 흔히 연봉과 인지도 격차, 첨단업종 여부를 떠올리기 쉽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가장 두드러지는 격차는 시스템 유무(有無)가 아닐까 싶다.

개개인의 면면만 봐서는 대기업 종사자 못지않은 중소기업 직원이 적지 않다. 다양한 분야의 실무를 익힌 중소기업 출신이 대기업에 가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반면 유명 대기업의 ‘간판’만 보고 중소기업으로 모셔 온 인사가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핀잔이나 듣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개인 차원에선 크게 드러나지 않는 차이를 조직 레벨로 확대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간극이 민망할 정도로 벌어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조직의 목표와 해야 할 임무, 예상되는 위험 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대기업을 직원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절대로 넘어설 수 없기에 빚어진 결과일 것이다.
'뛰는 개인' 위에 '나는 조직'
중소기업 전문가들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대기업 수준으로 높이려면 성과 보상 체계를 개선하고, 교육 훈련을 강화해야 하며, 조직적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등 경영 전반을 시스템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가르는 시스템의 차이를 장황하게 언급한 것은 최근 국정 전반에서 ‘시스템 부재(不在)’라고 느껴지는 일을 접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큰 조직에는 큰 조직의 논리가 있고, 일정 수준 이상으로 도약하려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의 국정 시스템 이상 징후는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우선 윤석열 정부 출범 5개월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조직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기관이 수두룩하다. ‘백년대계’ 교육을 책임질 교육부와 ‘연금 개혁’과 ‘과학 방역’이라는 큰 책무를 짊어진 보건복지부는 몇 달씩 수장 없이 공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 후 조문 외교를 두고 뒷말이 무성한 데는 주영대사 부재가 한몫했다.

그나마 임명된 기관장 상당수는 대통령의 ‘전 직장’인 검찰 출신이다. 수많은 공공기관은 늦깎이로 책임자를 맞이하느라 뒤늦게 분주하다. 적합성·전문성·준비 부족 논란이 쉼 없이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시스템 不在' 빨리 극복해야
아직도 국정의 비전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다. 경제 관련 부처, 사회 관련 부처, 과학 관련 부처를 가릴 것 없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청사진’을 제시한 곳은 없다.

협업조차 여의찮다는 지적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기고 각국 중앙은행의 자이언트 스텝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지만 경제팀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다. 무역적자는 커지고 ‘칩4 동맹’ 논의 등 세계 경제의 판도가 뒤바뀌는 변혁기를 맞이했지만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총리실은 제각각의 목소리만 낼 뿐이다. 뛰는 물가에 대한 아우성만 요란하지, 일사불란한 대응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비속어’ 청력 테스트에만 집중돼 있다.

세간에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큰 시련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목표도 뚜렷하지 않고, 매뉴얼도 없는 듯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했다가는 ‘국정 시스템이 중소기업만도 못하다’는 소리나 듣기 십상이다. 서둘러 국격에 어울리는 시스템 운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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