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처음 배치한 것은 1957년이다. 많을 땐 950여 기에 달했다. 1991년 한반도 비핵화선언 이듬해 전술핵무기가 모두 철수하면서 한국은 지금까지 ‘비핵지대화’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6·25전쟁 직후부터 핵무기 개발에 들어가 지금은 전략핵무기 수십 개를 보유하고 있다. 7차 핵실험까지 마치면 핵탄두 소형화로 전술핵무기까지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최근 1주일 사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네 차례 쐈다. 핵을 국체(國體)로 삼고 핵 무력 법제화까지 했다. 기존 전략핵무기에 더해 전술핵무기를 갖는다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에 그제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압도적인 대응’을 천명했고, 군당국은 고위력 현무-4 탄도미사일 발사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공개 경고다.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4의 구체적 제원은 극비사항이다. 핵무기를 가질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2017년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탄두 무게 제한이 풀리자 개발이 시작됐다. 최대 탄두 중량이 9t까지 제시된 적이 있다. 각국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이 500㎏~1t 수준이란 점에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무게다. 재래식 무기 중 최고의 폭발력을 지녔다. 전술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이다. 고폭탄을 쓸 경우 한 발로 평양 최대 건물로 꼽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파괴할 수 있다. 화강암으로 덮인 지하 깊숙이 설치된 ‘김정은 벙커’와 북한 곳곳의 지하 군기지 타격도 주목적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북한 핵·미사일을 탐지하는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 습관성이 돼버린 북한 미사일 도발엔 압도적 억제력만이 답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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