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의 시작은 노무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 정부는 2003년 9월 FTA 추진 로드맵을 마련했다. 선진국들과 동시다발적인 FTA 체결을 통해 경제체질을 바꾸자는 전략을 짠 것이다. 세계 수입시장의 21.8%를 차지하던 미국이 한국의 최우선 타깃이 됐다. 한국 상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995년 3.3%에서 2005년 2.6%로 감소하는 등 새로운 무역 활로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다. 2006년 2월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 총 10회에 걸친 공식협상 끝에 공산품 대부분 관세 철폐(한국은 3년 내 94% 수준, 5년 내 96.1% 수준), 선택적·단계적 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골자로 한 한·미 FTA 협상이 2007년 4월 타결됐다.
하지만 한·미 FTA가 공식 발효되기까지는 약 5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국내에선 소고기 협상 결과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국회 비준을 지연시켰고, 미국도 금융위기로 자국 자동차산업 타격 등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양국은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아 자동차 분야에서는 미국의 우려를 일부 해소하고, 냉동 돼지고기·제약산업 등 분야에선 한국의 요구를 반영한 끝에 2012년 3월 최종적으로 한·미 FTA가 발효됐다.
이후 경제적 성과는 눈부시다. 한국과 미국 간 상품 무역 규모는 한·미 FTA 발효 전인 2011년 1008억달러에서 2021년 1691억달러로 67.8% 늘어났다. 미국이 한국 상품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FTA 발효 전인 2011년 9.3%에서 2021년 13.4%까지 상승하며 한국의 2대 무역 상대국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FTA 발효 전 연간 116억달러에서 2021년 227억달러로 약 두 배로 늘었다.
한·미 FTA 발효 후 농축산물 수출액(2012~2020년 평균)은 FTA 발효 전(2007~2011년 평균) 대비 81.8% 증가했고, 수입액은 29.7%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 통상 관료는 “축산업이 망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한우 농가는 FTA 이후 더 성장했다”며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대외 개방을 전 산업에서 새로운 활로를 창출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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