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처럼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데도 선거를 앞두고 지역민 표를 의식해 무리하게 구축 계획을 세워 놓은 철도망 사업이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반면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평택부발선(평택~부발, 사업비 1조6266억원), 충청권 광역철도(신탄진~조치원, 5081억원) 등 전체 사업의 13%(10개 사업)는 사전 조사나 예비타당성조사 문턱도 넘지 못했다. 기본계획과 실시 설계에 적어도 3년 이상 걸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 사업은 3차 철도망 계획 완료 시점인 2025년까지도 첫 삽을 뜨기 어려울 전망이다.
19개 사업(사업비 기준 전체의 75%)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도 지방자치단체 및 주민 반발과 건설 자재값 상승 여파로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와 서울 홍대입구역을 잇는 원종홍대선(현 대장홍대선)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국가 재정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경기도와 민자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서울시 간 의견 대립으로 수년간 사업이 표류하다가 2020년에야 민자 사업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지난달 민자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내고 연말까지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낮은 경제성과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입찰이 유찰돼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현대건설을 제외하고는 시공 참여 의사를 밝힌 건설사가 없는 상황”이라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등 대형 철도망 사업이 동시에 발주된 상태라 사업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자 사업으로 추진되는 위례과천선(복정~경마공원, 1조2245억원)은 3차 철도망 계획과 4차 철도망 계획(지난 7월)에 연이어 반영됐지만 신설역 추가, 노선 수정 등 지자체와 주민 간 이견으로 수년째 계획만 세우고 있다. 민자 적격성 조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정부가 2024년 착공을 약속한 GTX-B 노선(송도~마석)은 재정 사업 구간(용산~상봉)에 이어 민자 사업 구간(송도~용산, 상봉~마석)도 참여 업체 수 부족으로 사업자 선정 입찰이 유찰될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재정 사업 구간 입찰은 국가철도공단이 지난 8월 사전 심사 신청을 받은 결과 전체 4개 공구 중 3개 공구가 참여 업체 수 미달로 유찰됐다. 대형 국가 사업은 2개 이상 사업자가 참여해 경쟁 입찰이 돼야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다.
민자 구간은 당초 경쟁을 예고한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기 어렵게 됐다. 내년 착공 목표인 GTX-C(덕정~수원·상록수) 노선도 강남구 대치동 우회와 일부 구간 지하화 문제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우려가 제기된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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