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텃밭'으로 불리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좀처럼 20%대 점유율을 벗어나지 못했던 애플이 올해 하반기 들어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크게 키우면서다.
4일 트래픽 분석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34.1%로 집계됐다. 스탯카운터는 인터넷 트래픽을 기반으로 운영체제(OS)의 점유율을 측정하는 업체다.
한국 시장에서 애플의 입지는 올해 하반기 들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올해 애플의 점유율은 △6월 27.28% △7월 29.45% △8월 32.97% △9월 34.1%로 지속 상승 중이다.
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 1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기간 데이터를 보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6월 66.11% △7월 63.98% △8월 59.47% △9월 58.38%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60%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애플은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애를 먹었다. 2010년 후반대만 해도 애플의 점유율은 10%대를 맴돌았다. 지난해 들어서야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와 맞물려 점유율을 처음으로 20%대를 돌파했다. 다만 지난 수년간 60~70%대 안팎의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수성해왔던 삼성전자는 그 이상의 추격은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올 하반기 들어 상황이 반전된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의 점유율이 30%가 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 초 GOS(게임최적화서비스(GOS) 등의 사태를 겪으며 입지가 줄어들었던 사이, 애플이 구형 아이폰 시리즈의 이동통신사 공시지원금을 잇달아 상향한 게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신제품인 '아이폰14' 시리즈의 출시 효과가 반영되는 오는 4분기 애플의 점유율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애플의 4분기 한국 시장의 점유율을 보면 신작 출시 효과로 연중 가장 높게 집계됐다. 통신사 역시 아이폰14 시리즈의 흥행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애플은 최근 들어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는 애플스토어다. 애플의 국내 애플스토어 개점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애플은 2018년 가로수길 1호점이 개점한 후 지난해 여의도점을 열었다. 올해 들어서는 명동(4월)·잠실(9월) 점포를 새로 개소했다. 업계는 애플이 내년엔 강남, 홍대 등에 신규 점포를 열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 역시 아이폰의 질주에 대책 마련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출시한 갤럭시S21 시리즈의 출고가를 최근 인하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출시된 지 이제 한 달이 막 지난 갤럭시Z플립4의 공시지원금을 최대 10만원가량 인상했다. 최대 24만원으로 '짠물 지원금'이 책정된 아이폰14 대비 가격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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