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인공지능(AI) 시험인 AICE(AI Certificate for Everyone)를 탄생시킨 질문이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네이버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대기업이 즐비한 나라다. 하지만 AI 분야에선 변방으로 분류된다.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해서다.
한국경제신문과 KT는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일부 정보기술(IT) 기업 개발자의 영역으로 간주했던 AI를 대중화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 자영업자도 AI와 코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고질적인 AI 인재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행보는 AI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대국민 캠페인이었다. 지난달부터 세계 현장 취재를 통해 디지털 전환 현장을 살펴보고, 설문조사를 이용해 AI에 대한 국민 인식을 들여다봤다. 낙후된 AI 교육 환경을 돌며 개선점을 파악하기도 했다.
시리즈 취재를 위해 만난 AI 전문가들은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국민이 ‘컴퓨테이셔널 싱킹(computational thinking)’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빅데이터와 AI를 접목해야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 작업을 자유자재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컴퓨테이셔널 싱킹은 컴퓨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과제를 추상화·단순화하는 능력을 뜻한다.
AICE 공개는 그다음 스텝이다. 전 국민을 디지털 전사로 육성하려면 공신력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평가도구가 있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이 평가 도구다. AI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 기업이 인재를 뽑을 때도 마찬가지다. 공신력 있는 평가 결과가 있으면 인재를 선별하는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국 등 AI 선진국엔 아마존, 구글과 같은 빅테크들이 개발한 AI 시험이 즐비하지만 국내엔 이렇다 할 평가도구가 마련돼 있지 않다.
오는 11월 12일 첫 번째 정기시험은 베이식과 어소시에이트 테스트가 시행된다. 초등학생 대상 시험인 퓨처는 대면교육과 시험을 결합한 패키지 형태로 제한된 인원에게만 공개한다. 주니어는 개발 중이며, 내년에 첫 시험이 예정돼 있다. 이후 정기시험은 분기별로 한 번씩 시행한다. 50명 이상의 응시자가 있는 기업의 경우 회사별 일정에 맞춰 특별시험을 시행할 예정이다.
AICE 교육 프로그램은 온라인 강의 형태로 제공된다. 홈페이지(aice.study)에 접속하면 수준별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다. 실습 플랫폼인 AIDU도 열려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AIDU에 접속하면 샘플 데이터를 활용해 코딩 연습을 할 수 있다.
KT, 현대중공업, 동원그룹, 신한은행, 하나은행, 비씨카드, 케이뱅크, 지니뮤직, 나스미디어 등이 AICE를 채용과 사내 교육 등에 활용하고 있다. 채용 때 AICE 자격 소지자를 우대하는 기업도 KT와 현대중공업, 동원F&B 등 30개사에 달한다. 대학 중에는 성균관대와 상명대 등이 AICE에 적극적이다. 성균관대는 AICE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졸업 자격 요건으로 지정한 상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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