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전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과반을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승리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결선 투표에서 승부를 가리게 됐다.
룰라 전 대통령의 압승이 예상됐으나 투표 결과는 박빙이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1년 내내 1위를 뺏긴 적이 없었다. 지난달 26일 여론조사업체 IPEC 조사에서도 룰라 전 대통령은 48%의 지지율을 얻어 보우소나루 대통령(31%)을 17%포인트 차이로 압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결선 투표 없이 대권을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5%포인트에 불과했다. 움베르투 코스타 PT 상원의원은 “분명히 ‘보우소나리즘’이 과소 평가됐다”고 분석했다.
보우소나루가 예상 밖의 선전을 하며 결선 투표 결과를 전망하기 어려워졌다. 누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느냐에 따라 최종 승자가 가려질 것이란 분석이다. 득표율 3위인 테베트 후보는 중도우파, 4위인 고메스 후보는 중도좌파 성향이다. 이들 후보는 수일 내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결정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들의 득표율을 합하면 7.2%포인트로 1·2위 후보의 득표율 격차를 웃돈다.
브라질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탓에 지난 4월 연간 물가상승률이 12%를 넘어서기도 했다. 물가상승률은 8월 8.73%로 떨어졌지만 인플레이션을 잡느라 기준금리는 작년 1월 2%에서 지난달 13.75%까지 급등했다. 브라질 싱크탱크인 게툴리오바르가스재단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식량이 부족한 가구 비율은 2019년 30%에서 지난해 36%로 늘었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구수는 3300만 명으로 최근 30년간 최고치다. 브라질 영토의 40%를 차지하는 열대 우림 개발에 대한 비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불법 채광과 벌목을 근절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는 이 같은 불황과 사회 불안이 안정적 성장을 구가했던 룰라 향수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대권을 잡으면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브라질 매체 네오피드는 “룰라가 승리하면 브라질은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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