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선두주자인 TSMC를 따라잡기 위해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1.4나노미터 공정 도입 시기를 밝힌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이와 함께 공장을 먼저 짓는 '셸 퍼스트' 전략을 통해 생산능력을 현재의 3배 이상으로 확대해 늘어나고 있는 고객 수요를 흡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있는 시그니아호텔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파운드리 신기술과 사업전략을 공개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파운드리 기술 혁신, 응용처별 최적 공정 제공, 고객 맞춤형 서비스, 안정적인 생산능력 등 4가지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며 "함께 더 나은 뉴노멀을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파운드리사업부의 고객, 협력사, 파트너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GAA는 파운드리 시장 주도권을 갖기 위해 삼성전자가 2000년대 개발을 시작한 기술로, 3나노 공정은 2017년 개발을 시작해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3나노 1세대 공정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이를 통해 생산된 제품의 스피드는 23% 향상됐으며, 전력소비는 45% 줄었고, 면적은 16% 작아졌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3나노의 경우 TSMC는 핀펫 기술 기반인 반면 우리는 GAA 기술 기반"이라며 “GAA 기술을 우리가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가장 앞서 있어 경쟁사가 따라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패키징 기술 분야에선 2.5D와 3D 이종 집적 기술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 GAA 기술에 독자적인 MBCFET 구조를 적용하고, 3D IC 솔루션을 제공해 고성능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패키징 적층 기술에서도 2015년 고대역폭 메모리 HBM2를 출시한 데 이어 2018년 I-큐브(2.5D), 2020년 X-큐브(3D) 등을 내놓으며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2024년엔 마이크로 범프형 X-큐브를 양산하고, 2026년에는 범프리스형 X-큐브를 선보일 계획이다.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해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이다. 마치 호텔을 먼저 만들고 방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대규모 투자 이후 수요가 꺾였을 때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최근 전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을 겪으며 수요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지을 두 번째 라인부터 '셸 퍼스트'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같은 전략을 통해서 첨단공정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올해 대비 3배 이상 끌어올릴 예정이다
HPC 분야에서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기반의 반도체를 양산했다. 4나노 공정도 HPC와 차량용 반도체로 확대한다.
eNVM(임베디드 비휘발성 메모리)와 RF(라디오 프리퀀시) 분야에서도 다양한 공정 개발을 통해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현재 양산중인 28나노 차량용 eNVM 솔루션을 2024년 14나노로 확대하고 향후 8나노 솔루션을 위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RF 공정에서는 현재 양산중인 14나노 RF 공정에 이어 세계 최초로 8나노 RF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5나노 RF 공정도 개발중이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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