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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2대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주가가 재무 건전성 우려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회복했다. 한 때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주가가 더 떨어지면서 CS가 제 2의 리먼브러더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위스 증시에 상장된 CS 주가는 이날 장 초반 11.5% 급락한 3.52스위스 프랑을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30% 가량 급락한 수준이다.
CS는 장 후반으로 갈수록 하락폭을 줄이면서 0.93% 떨어진 3.94 스위스 프랑으로 마감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CS 그룹 AG도 전일보다 2.3% 상승한 4.01달러로 장을 마쳤다.
지난달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와 CS 경영진의 메모가 주가 하락의 발단이 됐다. FT는 CS 경영진이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주주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난 1일 울리히 쾨르너 CS 최고경영자(CEO) 직원들에게 "1000억달러 정도의 완충자본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남은 기간 중 13~14%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27일 투자은행(IB) 전략 발표를 앞두고 "(은행이) 중요한 시점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CS는 지난해 한국계 월가 투자자인 빌황이 이끈 '아케고스 캐피탈'의 부도로 51억달러(7조3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CS는 CEO를 교체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구조조정했다. IB 사업 재편도 그 일환이다.
시장에선 CS가 구조 개편에 필요한 자금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조달 비용이 확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자칫 은행 존폐와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았다. 이날 CS는 투자자들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주력했다. 쾨르너 CEO는 CS를 불사조에 비유하며 사업 재편의 의지를 보였다. 이로 인해 일단 CS 주가는 안정세를 찾았지만 연초에 비해 60% 가량 빠져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본격화했다. 당시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는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CS는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다.
주스트 부몽 ABN암로 전략가는 "지금처럼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 CS가 자본 안정성에 부담을 줄 만큼 더 높은 손실을 감수해야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어떤 자산을 매각할 것인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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