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후…연간 GDP 4조·일자리 4만개 줄었다

입력 2022-10-04 15:21   수정 2022-10-04 15:25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으로 연간 국내총생산(GDP) 4조7000억원이 감소하고 일자리 4만1000개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형사 처벌 규정을 바꾸고 예방 중심의 산업안전청(가칭)을 설립해야한다는 제언이다.

국내 대표 중소기업 전문 민간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은 최근 3년(2019~2021년)간 산업안전 규제에 따른 건설업 매출, 자본, GDP 영향 등 통계를 바탕으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모형을 적용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중대재해법 도입(지난 1월 27일) 전 대비 도입 후 건설기업의 경영리스크(부도위험)은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법이 도입되면서 경영자의 형사처벌 위험이 증가하고 소송 비용이 증대됐으면 공사 지연 손실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질GDP는 0.26%(4.7조원), 총일자리는 0.15%(4.1만개) 감소했고 총실질자본이 0.43%(2.4조원), 실질설비투자는 0.43%(0.7조원), 총실질소비가 0.34%(4조원) 각각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설기업의 경영리스크가 증가하면 자본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매출이 감소한다"며 "건물 및 시설 생산량 감소에 따라 타산업 생산 활동도 위축돼 GDP, 일자리, 투자, 소비 등에 모두 악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모형에서 산출한 값과 실제 과거 데이터는 거의 일치했다"며 "신뢰도가 높은 연구"라고 말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중대재해법 모티브가 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이 산업재해 예방에 실효성 없었다"고 강조하며 "기업의 경영리스크만 높여 부작용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영국 노섬브리아대 로퍼 교수에 따르면 기업과실치사법으로 기소된 기업의 절반이 부도가 났고 대부분 영세 중소기업이었다. 영국 보건청 니콜라스 릭비 수석감독은 "이 법 시행 후 노동자 사망률이 다소 낮아졌지만 이는 이 법 때문이 아니라 30년간 지속되어온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박 부연구위원 “처벌 중심의 중대재해법 전면 재개정하고 대안으로 예방 중심의 산업안전청을 설립해야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1년 이상 징역'이라는 중대재해법상 형사처벌 하한 규정을 삭제하고 '7년이하 징역'의 상한규정으로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 수준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망사고 발생시 사업주 처벌 수준은 일본은 징역 6개월 이하, 미국은 6개월 미만, 독일 1년 이하, 영국 2년 이하 금고형 등이다. 그는 산업안전청에서는 △산재 예방 대책 수립을 위한 노사정 상설협의체 구성 △산재 데이터 기반 원인 분석 및 예방 대책 마련 △사물인터넷(IoT) 활용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지원 등 예방 중심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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