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파브르’라고 불리는 박규택 강원대 명예교수(사진)는 4일 서울 수서동 연구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과학의 전당 건립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명예교수는 강원대 농생대 학장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 등을 지낸 과학계 원로다. 50여 년간 곤충분류학 외길을 걸었다. 약 780종의 신종 곤충을 발견했다. 세계 400여 편의 학술지에 발표했다. 은관문화훈장, 옥조근정훈장, 삼일문화상, 동북아생물보전대상, 한국곤충학상 등을 받았다.
과학의 전당은 과학계의 숙원사업이다. 과학계를 상징하는 물리적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 겸 국제과학기술 정보교류의 장, 과학기술 국제홍보센터 기능을 한다.
박 명예교수는 2013년부터 2년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으로 재직하며 과학의 전당 건립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는 “노벨상을 받은 외국 석학을 한국에 초청해 강연을 열면 그들이 묵는 호텔 연회장을 빌려서 했다”며 “참여도 저조하고 단발성 강연으로 한국 과학계에 남는 영향이 없었다”고 했다.
과학의 전당 건립 추진이 구체화된 것은 2020년 2월 대한민국 국가과학기술헌정자문회 주최 ‘과학의 전당 설립 방안 토론회’부터다.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 오명 전 KAIST 이사장, 채영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 정길생 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등 과학계 원로들이 고문 및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토론회 후 설립된 ‘과학의전당 설립추진위원회’는 작년 7월 ‘사단법인 과학의 전당’으로 정식 출범했다.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박 명예교수가 이어서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현재 과학의 전당 건립 후보지는 인천 영종도에 마련된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내 16만5289㎡(약 5만 평) 부지다. 문제는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사업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와 과학의 전당 주무부처 격이라 볼 수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엇박자다. 박 명예교수는 “해수부는 과기정통부가 결정하면 협조하겠다고 하고 과기정통부에서는 민간사업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건립 예산은 과학자 출신 기업인들로부터 충분히 모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기업인은 이학·공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모두 과학자”라며 “모금에 함께해준 과학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과학의 전당에서 청소년들은 과학자의 꿈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박 명예교수는 국민의 관심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오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포럼을 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명예교수는 “과학의 전당을 어떤 공간으로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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