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80)이 건강 상의 문제로 앞으로 수개월간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내한 공연의 지휘가 불투명해질 수 있는 사안이다. 공연기획사는 아직까지 신중한 반응이다.
바렌보임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개월 동안 지휘 등 공연 활동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활동 중단 이유에 대해 “최근 심각한 신경계통 질환을 진단 받아 당분간 건강회복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든살의 바렌보임은 지난 8월에도 건강 문제를 이유로 공연 불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해당 공연은 오는 9일부터 시작되는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다. 이에 따라 베를린 슈타츠오퍼가 새롭게 선보이는 ‘반지’ 시리즈의 지휘는 크리스티안 틸레만 등 세 명의 지휘자가 맡게 됐다.
바렌보임은 올해 2월 척추 수술을 받았다. 지난 4월 13일 포디움에 복귀해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을 지휘했으나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2악장 연주중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베를린슈타츠오퍼에서 지휘하기로 했던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와 ‘피가로의 결혼’, 피아니스트로 반주를 맡을 예정이었던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와의 리사이틀도 출연하지 못했다.
이로써 다음달 28일과 3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인 바렌보임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내한 공연도 취소되거나 지휘자가 대체될 가능성이 생겼다. 바렌보임은 2011년 이후 11년 만에 한국을 찾아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할 계획을 잡았다.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 측은 "내한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공연이 두달여 남은 상황이다. 지휘자의 건강이 회복되는대로 아시아 투어를 함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연을 앞둔 음악가의 건강상의 이유로 출연자가 대체되는 경우는 빈번하다. 지난 6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찾은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의 내한 공연의 경우 당초 지휘를 맡았던 필리프 조르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장한나가 포디움에 올랐다. 협연을 맡았던 피아니스트 예핌 브롬프만 역시 건강에 문제가 생겨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이 공연을 앞두고 한국에 와 빈심포니와 공연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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