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05일 10: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윤석열 정부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등 굵직굵직한 구조조정 매물의 매각을 성사시킨 것과 달리 새 정부 들어서는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의 차기 대표 선임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은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 3월 말로 3년 임기가 종료된 상태지만, 인사가 지연되면서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2019년 6월 이동걸 전임 산업은행 회장 주도로 설립된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사모펀드가 중심이 된 M&A 시장에서 구조조정 매물을 매각해야 한다는 이 전 회장의 의중으로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운용역을 뽑아 인력을 보강하는 등 KDB인베스트먼트에 힘을 실었다.
성과도 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한 두산인프라코어 거래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성공적으로 매각을 성사시켰다. 구조조정 매물 1호로 꼽혔던 대우건설 매각도 마무리지었다. 다만 매각 과정에서 재입찰 논란 등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는 KDB인베스트먼트가 당장 매각하거나 관리해야할 구조조정 매물은 없는 상황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은의 구조조정 기업 매각을 위해 설립된 만큼 자체적으로 기업 투자나 인수를 하진 않는다.
올해 5월 새정부가 들어설 때만 해도 KDB가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HMM 등을 KDB인베스트먼트에 넘겨 매각 작업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실제로는 KDB가 자체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대우조선의 매각 작업에서도 KDB인베스트먼트는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작업을 본격화한 KDB생명 역시 산은 내 PE실이 주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새 정부 들어 애매해진 측면이 있다"며 "KDB인베스트먼트 뿐만 아니라 산은 금융자회사 모두 차기 대표 인선이 지연되면서 붕 뜬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앞으로 독립적으로 사모펀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설립 취지를 살려 신규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투자하거나 인수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는 사실상 산은과 한몸이나 마찬가지라 자체적으로 운영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KDB인베스트먼트를 어떻게 활용할지 정부의 지침을 지켜봐야 할텐데 다시 활기를 띄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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