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권영향평가 '모범생' 에릭슨에 주목하는 이유 [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⑭]

입력 2022-10-05 09:59   수정 2022-10-05 10:08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기업 인권경영 리포트’는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른 인권경영과 관련된 글로벌 동향과 모범사례를 살펴봅니다. 해외 주요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권경영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지평의 인권경영 전문가들이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어느 날 우리 삶에 등장한 스마트폰은 어느덧 일상의 필수품이 됐다.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신기술은 우리의 삶에 착근돼 일상의 양태를 전환하기 때문에 한 번 익숙해진 기술을 떼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신기술이 의도치 않게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 시각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는 “접근성이 부족한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이전 플립폰의 경우 버튼을 촉각으로 인식해 사용할 수 있었지만, 스마트폰은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신기술이 표준이 되는 순간, 플립폰에 익숙한 시각장애인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2019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신기술과 인권’ 결의를 채택한 이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 OHCHR)의 기업과 인권팀은 ‘B-테크 프로젝트(B-Tech Project)’라는 표지의 연구를 시작했다.

의류, 조선, 제강 등 전통적인 고위험 산업군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 등 국제·지역기구에서 인권실사에 관한 지침과 연구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하지만 신기술 산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특정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군에서 활용되는 신기술의 경우, 그 영향력이 탈 산업적이다. 이러한 신기술로 인해 야기된 부정적 영향은 회복 및 구제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사전예방조치가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덴마크인권기구(DIHR)는 2020년 말 ‘디지털 사업활동에 관한 인권영향평가 지침’을 발간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인권경영에서 모범을 보여온 기업 중 하나가 이 지침을 참고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5G에 초점을 맞춘 사전예방적 인권영향평가를 진행했다.

바로 유엔 기업최고대표사무소의 ‘B-테크 프로젝트’에서 모범사례로 소개된 스웨덴의 에릭슨이다.

에릭슨의 인권영향평가 사례가 특별하고 널리 모범사례로 소개된 이유는 이례적으로 특정 기술에 초점을 둔 인권영향평가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신기술 기반의 비대면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도래했다. 그리고 신기술을 기초로 한 화상 교육, 회의, 재택근무 등은 일상 속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신기술이 주는 편익에 도취된 나머지 신기술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인권 이슈는 충분히 숙의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에릭슨은 비대면 시대를 더욱 활성화할 5G 기술에 대한 인권영향평가를 진행했다.


아울러 에릭슨은 덴마크인권기구의 ‘디지털 사업활동에 관한 인권영향평가 지침’의 책임연구원인 에밀 린드블러드 커널을 영입해 내부적으로도 인권경영팀을 확충했다. 외부전문기관과 협력하되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기 위해 인권경영에 관한 내실을 다진 것이다. 신기술의 잠재적이고 실재적인 인권영향을 적극적으로 식별해 이를 개발 단계에서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 에릭슨은 새로운 인권영향평가의 문법을 도입한 것이다.

에릭슨은 인권영향평가를 통해 디지털 기반의 자동화 등으로 인한 인력감축을 조사하기도 했다. 신기술에 의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이 발생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신기술과의 사회적 공생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과 협의를 시도한 것이다.

에릭슨은 일자리 전환을 위한 평생직업교육과 고용서비스 등의 세부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취약 노동자와의 지속적인 소통도 약속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플랫폼 노동과 무인 자동화 등이 더욱 활성화됐다. 그 과정에서 전통적인 노동자 보호망은 더욱 취약해졌다. 비대면 중심의 서비스는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을 더욱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에릭슨의 인권영향평가는 신기술과의 공생을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한국기업은 인권경영체계에 대한 점검에 국한된 기초적인 인권영향평가 이후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기업에 에릭슨의 인권영향평가가 지남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현찬 법무법인 지평 전문위원

국가인권위원회 민간기업 인권경영 시범사업 자문위원
주한유럽연합대표부 인권분야 운영위원회 운영위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인권경영위원회 외부위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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