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회계부담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중소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회계제도 전반을 정비하는 동시에 경영진의 회계관리 책임을 강화해 회계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우리나라 회계 및 외부감사 관련 제도는 상장 대기업 위주로 설계돼 있어 중소기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컸다”며 “2018년 말 시행된 새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외감법)로 인해 중소기업의 회계비용 부담이 커진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자산 1000억원 미만 상장사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면제를 추진한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 수준을 ‘감사’가 아닌 현행처럼 ‘검토’로 유지할 방침이다. 소규모 상장사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시행에 따른 비용이 편익을 초과한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미국도 시가총액이 750만달러 미만이거나 매출 1억 달러 미만인 기업은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를 면제한다는 점도 참고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면제 시 회사당 약 4600만원의 내부회계 고도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매년 4600만원가량의 내부회계 수감비용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자산 1000억원 미만 기업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를 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외감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송 팀장은 “외감법이 연내 개정될 수 있도록 국회 입법과정을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거래소에 중소기업 회계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한다. 센터는 △회계기준 질의회신 작성 △재무제표 작성 컨설팅 △감사계약 애로사항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아론 한국거래소 부장이 센터장을 맡았다. 국내 4대 회계법인인 삼일·삼정·한영·안진에서도 각 회계사 1명을 센터로 파견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많이 활용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관련 회계처리도 개선한다. 비상장 기업이 사용하는 일반회계기준(K-GAAP)에선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건부 RCPS를 자본으로 분류하지만, 상장 기업이 사용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선 이를 부채로 분류한다. 비상장 기업이 상장한 이후 주가가 오르면 RCPS 부채가 증가해 당기손익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위는 RCPS에 따른 손익은 재무제표상 주석으로 별도 표기하도록 했다. 또 코스닥 상장규정을 개정해 RCPS 관련 평가손익을 제외한 경영성과를 관리종목 지정 기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금융위는 △중소 비상장사 연결 범위 축소 △기업·감사인 간 의견 교환 정상화 △대형 비상장사 범위 축소 △소규모 기업을 위한 별도 감사기준 제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규제 개선에 따른 회계 투명성 악화를 막기 위해 내부회계관리제도 공시를 대폭 강화한다. 예를 들어 △자금부정 통제(자금이체·기록 등) △종합적인 부정위험 평가 수행 △정보기술 일반통제 △보상정책 관련 부정 유인·압력 파악 등으로 나눠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회계부정 신고 포상금도 확대한다. 건당 평균 3000~4000만원이었던 포상금 규모를 3배 이상 늘린다. 건별 포상 한도 기준액은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증액한다.
정부는 시행령 및 하위 규정 개정 작업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법령 개정이 필요 없는 사항은 내년 1분기까지 추진을 완료하기로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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