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로 쏜 미사일이 서쪽서 '쾅'…민가 700m 거리 공군기지 덮쳐

입력 2022-10-05 17:54   수정 2022-10-06 02:07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한 맞대응으로 발사한 우리 군의 현무-2C 탄도미사일이 강원 강릉지역 기지 내로 추락하는 낙탄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미사일 추진제(연료) 화염에 놀란 강릉지역 주민들이 밤중에 큰 혼란을 겪었다. 군이 사고 원인 정밀 분석에 나섰지만, 현무 미사일이 핵심 요소를 이루는 군의 ‘한국형 3축 체계’와 한국산 무기에 대한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무 발사 후 목표 반대 지점 추락
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과 주한미군은 전날 밤 11시께 강릉에서 연합 지대지미사일 훈련을 시행했다. 사격에는 우리 군 탄도미사일 현무-2C 한 발과 에이태큼스(ATACMS) 두 발, 주한미군의 에이태큼스 두 발 등이 동원됐다. 당초 한국군의 현무-2C를 먼저 사격하고 나머지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순차적으로 발사할 계획이었다.

이에 군은 현무-2C 한 발을 발사했지만, 비정상 비행을 한 뒤 화염과 함께 인근 공군 기지 내에 떨어졌다. 미사일은 원래 발사하려던 동해 방면 반대쪽으로 날았고, 미사일 탄두가 발사지점에서 약 1km 떨어진 기지 내 군 골프장에 박혔다. 추진체는 탄두에서 400m가량 더 떨어진 곳에 분리돼 발견됐다. 합참 측은 “현무 미사일이 발사된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골프장으로 추락했다”며 “화재가 난 것처럼 보인 것은 미처 다 연소되지 않은 추진제의 불꽃”이라고 설명했다.

탄두는 폭발하지 않았지만, 남쪽 약 700m 지점에 민가가 있어 미사일이 다른 방향으로 비행했다면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군은 사고 이후 추가로 안전 조처를 했다. 이어 5일 0시50분께 한·미가 두 발씩 에이태큼스를 사격했다.

현무-2 미사일 발사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9월에도 현무-2A 미사일(사거리 300km) 한 발이 발사 직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사거리가 1000km인 현무-2C는 실전 배치 이후 실사격이 이번이 세 번째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현무-2C는 2017년 전력화 배치가 시작돼 오래된 무기는 아니다”며 “제작상의 오차나 품질 보증, 미사일 보관·관리상의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난문자 없이 엠바고 무책임”
이날 사고로 강한 불꽃과 소음·섬광이 발생하면서 인근 소방서와 경찰서 등에는 주민들의 문의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의 안내 조치가 미흡해 밤새 혼란이 이어졌다.

합참은 오전 7시께 한·미 양국 군이 에이태큼스 네 발을 발사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냈지만, 현무 발사 실패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후 기자들에게 사고 사실을 따로 알렸다. 합참 측은 “이번 현무 미사일의 비정상 낙탄 원인을 찾으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원인을 정밀 조사 중”이라며 “사전에 주민 통보와 안전 점검 등을 했지만, 우발 상황으로 주민들이 불안해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정치권의 질타도 이어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와 합참은 조직적으로 이 사안을 은폐하려고 한다”며 “작전 계획은 누가 세웠으며, 대통령은 어떤 보고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강릉을 지역구로 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 혈세로 운용되는 병기(兵器)가 오히려 국민을 위협할 뻔했다”며 “재난 문자 하나 없이 무작정 엠바고(보도 유예)를 취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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