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달 법인택시업계를 대상으로 한 ‘전액관리제 시행 실태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 7414명 중 64.7%인 4797명이 전액관리제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택시회사는 조사에 응한 175곳 가운데 90.8%인 159곳이 반대 의견을 냈다. 기사들은 전액관리제를 반대하는 이유로 초과금 노사 분배(39.8%), 높은 기준금(21.3%) 등을 주로 꼽았다.
전액관리제는 법인택시 회사들이 운영하는 현행 임금 지급 방식이다. 택시기사는 하루 벌어들인 돈을 모두 회사에 입금하는 대신 매월 고정급을 약속받는다. 택시기사의 과로를 막자는 취지에서 2020년 1월 시행됐다. 월급제 도입과 함께 폐지된 기존 사납금제는 택시기사들이 회사가 정한 하루 기준금액을 납입한 뒤 남는 돈을 가져가는 구조다.
전액관리제가 도입된 지 2년이 지난 현재 기사들은 불만이 크다. 일부 회사가 영업시간과 기준 운송수입금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부족분을 제하는 방식의 유사 사납금제를 운영하면서 전액관리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같은 부작용으로 법인택시 기사들의 월급은 하향 평준화했다. 서울시 택시운송조합 자료에 따르면 서울 법인택시 회사들이 소속 기사에게 지급하는 월 고정급은 올해 기준 월 110만~2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박봉에 시달리던 기사들이 더 높은 임금을 좇아 대거 택배·배달시장으로 이탈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법인택시 기사 10만2000여 명 중 30%에 가까운 2만9000여 명이 코로나19 이후 배달과 택배 시장으로 이직했다. 서울 법인택시 종사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3만527명에서 올해 8월 2만397명으로 1만130명 줄었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 택시 시장 인력 유입을 위한 보수 체계를 묻는 질문에는 사납금제와 택시리스제를 꼽은 답변이 많았다. 기사들은 사납금제(43.3%)를 가장 많이 선택했고, 택시회사는 법인택시 면허를 개인에게 빌려주는 리스제(64.0%)를 선호했다. 서울시는 기사들이 더 일한 만큼 더 많이 벌어갈 수 있는 인센티브형 임금제가 있어야 심야시간 택시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사납금제 부활을 포함한 전액관리제 보완책을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사들의 택시 시장 복귀와 심야 운행 확대를 위해선 인센티브를 온전히 가져갈 수 있는 임금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토부에 전액관리제 개선을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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